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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뒤집힌 4초’ 왕기춘 ‘어긋난 늑골’ 아쉬운 은메달

등록 2008-08-12 00:19수정 2008-08-12 07:56

남현희(오른쪽)가 11일 여자 펜싱 플뢰레 결승전이 끝난 뒤 상대방 발렌티나 베찰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남현희(오른쪽)가 11일 여자 펜싱 플뢰레 결승전이 끝난 뒤 상대방 발렌티나 베찰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여자 플뢰레 결승 이탈리아 베찰리에 1점차 역전패
“금메달 놓쳤지만 만족…다음 기회 노리겠다”

그의 칼끝이 상대에게 5송이 꽃(Fleuret·플뢰레)을 안겼다. 그리고 최후까지 남은 4인만 오를 수 있는 결선 단상(포디움)에서 답례로 영광스런 은빛 메달을 받았다.

한국 펜싱의 간판 남현희가 11일 베이징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플뢰레 여자부 개인 결승전에 발렌티나 베찰리(34·이탈리아)에게 5-6, 1점 차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김영호(37·현 대표팀 코치)의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쾌거를 이뤄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 펜싱 남녀 대표팀이 출전한 이래 올림픽 여자 메달은 처음이다.

경기에 사용하는 칼의 끝이 꽃과 유사하다고 해서 이름붙은 플뢰레. 남현희(27·서울시청)는 이 꽃 모양 칼끝을 9분(3분 3라운드)간 5번이나 세계 최강 베찰리의 몸통에 꽂았다. 개인전에서 세 차례 맞붙어 전패를 당했고, 체격이 큰 유럽 선수들을 오히려 자신 있어 하는 남현희가 “베찰리만 제외하고 …”라고 얘기할 만큼 강한 상대다.

하지만 남현희는 1라운드 허용했던 3점을, 반격에 나선 2라운드 곧바로 만회했다. 후반 들어 남현희 특유의 천재적인 거리 감각까지 살아났다. 상대방이 치고 들어올 때, 한걸음 물러난 뒤 역공에 나서는 ‘꽁드로 아따끄’가 절묘하게 구사됐다. 이때부터 남현희는 베찰리의 찌르기 공격을 종이 한장 차 거리를 두고 무산시킨 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경기 종료 41초 전, 베찰리의 칼이 들어오는 순간 남현희도 베찰리를 찔렀다. 칼이 엇갈리면서 파란불, 빨간불이 동시에 들어왔다. 판독 결과 남현희의 점수가 인정됐고 5-4, 역전 점수까지 따냈다. 베찰리가 판정에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듯 헬멧을 벗고 등을 돌릴 만큼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종료 29초 전, 키가 10㎝나 큰 베찰리가 긴 팔을 이용해 시도한 찌르기를 막지 못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승리 기회를 다시 엿볼 수 있는 연장전을 4초 앞두고 몸통까지 허용하면서 아쉬운 재역전패를 당했다. 남현희는 경기 뒤 “좋은 기회가 돼서 잘해보고 싶었는데 금메달을 놓쳤다. 아쉽지만 경기가 잘 풀린 데 만족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국 유도의 왕기춘(왼쪽)이 11일 남자 73kg급 시상식이 끝난 뒤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사이 아제르바이잔의 엘누르 맘마들리는 금메달을 깨물며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유도의 왕기춘(왼쪽)이 11일 남자 73kg급 시상식이 끝난 뒤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사이 아제르바이잔의 엘누르 맘마들리는 금메달을 깨물며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강전서 갈비뼈 부강…정신력으로 결승까지
13초만에 한판패…이원희 “고개 떨구지마라”

전라도 정읍 시골에서 “원시인처럼 맨발로 뛰어다녔다”던 개구쟁이었지만, 밖에서 얻어맞거나 돈을 뺏기고 오자 엄마는 아들을 유도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유도를 시켰지만, 중학교 시절 꼬박꼬박 유도회비를 내줄 형편까진 못 됐다. 엄마는 아예 선수단 숙소에서 ‘밥 짓는 아줌마’가 되었다. 그 아들이 2006년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국가대표였으면 좋았겠지만,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의 훈련파트너였다. 이원희의 기술에 넘어가 주고, 이원희의 기술을 버텨 주는 보조선수였다. 그러나 이 ‘겁 없는 아이’는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원희를 눌러, 진짜 국가대표가 돼 선수촌으로 향했다. ‘폼생폼사’를 좋아하는 아이는 “나도 국가대표인데”라는 생각으로 그 좋아했다던 ‘미니카’도 싹 치워버렸다. 지난해 9월 국내유도 사상 최연소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아이가 “지구 안에서 1위가 된다는 것, 얼마나 신나는 일이예요”라는 각오를 밝히며 베이징에 왔다.

기춘이의 은메달을 응원하는 시민들, “왕기춘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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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이 끝난 뒤 아버지 왕태연씨가 경기장 뒤편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1·2회전에서 모두 한판승으로 이긴 아들이 8강에선 정규 5분을 넘겨 연장 1분27초 만에 절반을 따내 힘겹게 이긴 뒤였다. 평소 신장이 좋지 않은데도 식당일을 나가는 어머니는 같이 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기춘이가 (경기를 하다가) 다친 것 같다”며 손으로 자신의 왼쪽 갈비뼈 쪽을 만졌다. 아버지의 직감은 틀린 게 아니었다. 안병근 감독은 “늑골 골절이 된 것 같다. 8강 끝나고 어긋난 부분을 맞추고 테이핑을 했다. 정신력으로 버틴 것”이라고 했다.

1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 4강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를 유효승(지도 2개)으로 누른 왕기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붙은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를 또 만났다. 그때 왕기춘은 연장에서 ‘다리잡아메치기’로 효과를 따내 우승했다. 하지만 이번엔 왕기춘이 거꾸로 경기 시작한 지 13초 만에 다리잡아메치기 한판패를 당했다.

왕기춘은 매트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결승에서 부상을 잊고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났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 방송 해설위원으로 경기장을 찾은 이원희는 왕기춘을 만나 “잘했어! 기춘아”하며 꼬옥 안아줬다. 이원희는 “나이가 어리니 기춘이가 고개를 떨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민호가 29살에 금메달을 땄는데, 2012년 런던올림픽이면 왕기춘은 24살밖에 되지 않는다. 수서경찰서 개포지구대 경장인 현역 경찰 강신영(31.수서경찰서)은 이날 여자유도 57㎏급 1회전에서 유효패를 당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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