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5·세계 2위)
14일 여 양궁 개인전…올림픽 2연속 2관왕 도전
낙천적 성격·두둑한 배짱…현재 컨디션도 최고
낙천적 성격·두둑한 배짱…현재 컨디션도 최고
“한국팀을 이길 방법이 없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평가하는 한국 여자양궁은 세계가 바라보는 위상 그대로다. 올림픽 단체전에서 24년간, 개인전에서 28년간 최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한국이 아직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 남아있다. 바로 개인전 2연패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수녕(37)이 개인전 금메달을 딴 뒤 바르셀로나(1992년)와 시드니(2000년)에서 도전했지만 각각 ‘젊은 피’ 조윤정(39)과 윤미진(25)에 막히면서 개인전 2연패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이 낯선 기록에 대표팀 에이스 박성현(25·사진·세계 2위)이 도전한다. 숱한 정상급 스타들을 지켜봐온 문형철 양궁 여자대표팀 감독에게 박성현은 “근성, 체력, 기량, 대담성 등 한 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다. 자랑을 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다. 이번 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포함해 각종 국제대회 1위 성적만 26차례다.
컨디션은 절정에 올라있다. 베이징올림픽 단체전과 개인전 대진표를 짜기 위한 랭킹라운드에서 박성현은 673점(72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점수는 12년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리나 헤라 시멘코(우크라이나)가 세운 올림픽 기록과 타이다. 이틀 전 열린 단체전 경기에선 가장 배짱이 좋아야 하는 마지막 사수로 나서 한국팀이 맞춘 10점 10발 중 절반인 5발을 맞춰 올림픽 6연패를 이끌었다.
낙천적 성격의 박성현은 좀체로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금메달에 대해서도 “따려고 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뿜어낸다. 박성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 마지막 사수로 나섰다. 10점 우승·9점 연장·8점이면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보란 듯 지름이 12.2㎝에 불과한 한복판 원 안에 화살을 꽂아 통 큰 배짱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도 비바람 속에서 마지막 24발째를 ‘엑스 텐’에 꽂으며 직접 금메달을 확인한 바 있다.
개인전 2연패를 가로막는 상대는 내부에 있다. 지난 6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단 한번도 개인 2연패가 없을 정도로 대표팀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박성현은 올해 3차례 열린 양궁월드컵에서 윤옥희(24·1위)에게 두차례 정상을 뺐겼다. 국제대회에선 아직 ‘신참’인 주현정(26·현대모비스)도 거침없는 공격 스타일로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랭킹라운드 1위를 차지한 덕분에 결승까지 갈 경우 2, 3위를 차지한 이들 중 한명만 상대하면 되는 게 위안거리다.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면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 대기록도 세울 수 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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