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영, 태환이를 탈피해야 해. 그 이후가 나와야 해 두세 명은.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아.”
한국수영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지난 3일 워터큐브에서 첫 물 적응훈련을 마친 뒤, 담배를 한 대 물더니 이렇게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초등학교 1년 때 박태환을 처음 만나 12년간 조련 끝에 그를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그이지만, 박태환과 정슬기 정도 이외에는 딱히 꼽을 만한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 ‘척박한 한국 수영’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서 박태환은 어떻게, 유럽인들의 전유물이라던 남자 자유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천재성 때문인가, 아니면 피나는 노력의 산물인가.
지난해 초부터 1년 남짓 박태환 전담코치를 맡았던 박석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박태환의 강점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신체와 재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영은 우선 기술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태환이는 무엇보다 기술이 뛰어나다. 1m83, 74㎏으로 서양 선수들보다 작지만 기술로 체력을 이긴다.” 박태환의 유연성이 남다른 것은, 젊었을 때 무용을 했던 어머니 유성미(51)씨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폐활량은 보통 사람의 경우 3천∼4천㏄ 정도인데, 7천㏄나 된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설명. 이것도 색소폰 주자였던 부친 박인호(58)씨의 영향을 받았다.
박태환은 한때 주위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훈련을 소홀히 했고, 지난 2월 말 태릉선수촌에 뒤늦게 입촌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단기간 폭발적인 훈련으로 5개월10일 만에 다시 몸을 완전한 상태로 만들어 한국 수영사에 길이 남을 쾌거를 이뤄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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