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히라오카 1회전 탈락·‘유도 여왕’ 다니 료코 3연패 좌절
일본 기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우르르 인터뷰구역으로 향했다. 9일 남자유도 60㎏급에서 히라오카 히로아키가 1회전에서 메달후보도 아닌 미국선수에게 져 탈락한 직후였다. 히라오카는 유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이룬 노무라 다다히로를 꺾고 일본 대표가 된 선수다. 히라오카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일본 유도계의 충격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여자유도 48㎏급에서 일본유도의 영웅 다니 료코가 준결승에서 루마니아 선수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경기 종료 33초를 남기고 공격이 소극적이라며 심판이 료코에게 준 ‘지도’ 하나가 일본유도의 자존심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세계선수권 7연패 기록을 가진 료코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유도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료코는 2005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엄마가 돼 다시 매트로 돌아오겠다. 아기도 현역으로 뛰는 엄마를 봐야하지 않겠는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또 나가라고 아기가 지금 내 몸에 와준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일본유도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료코가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우승자 대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전에서 북한 계순희에게 진 뒤 지금까지 한번도 국제무대에서 패한 적이 없는 료코를 이번 올림픽에 내보내는 선택을 감행했다. 그런 료코가 졌으니 일본유도계의 허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앞머리를 들어올려 고무줄로 묶는 34살 아기엄마 료코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유도 첫 날 금메달 2개를 당연시하게 생각했던 일본유도계는 유도 셋째날인 11일에도 금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남자 73㎏급엔 한국 왕기춘이, 여자 57㎏급엔 북한 계순희가 버티고 있어서다. 왕기춘과 계순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같은 날 동반우승을 차지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유도에 걸린 14개 금메달 중 8개를 가져간 일본이 첫 날부터 울상을 지은 반면, 상쾌한 출발을 한 한국유도는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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