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해킷보다 체구 작지만 ‘완벽한 균형’
팔 내저을때 상체 모든 근육 쓰는 점도 달라
팔 내저을때 상체 모든 근육 쓰는 점도 달라
박태환-해킷 신체비교
1m83에 74㎏. 박태환의 체구는 수영선수 치고는 평범하다. 1m97에 98㎏인 라이벌 그랜트 해킷(28·호주)은 박태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느낌의 거구다. 키, 몸무게 뿐만 아니라 팔 길이, 발 크기 등 박태환의 신체 사이즈는 세계적인 라이벌들과 비교하면 ‘왜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10일 열린 400m 자유형 결승에서 한국 수영사상 최초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박태환의 역영에 페이스를 잃은 해킷은 시상대에도 서지 못했다. 체구는 평범해도 박태환의 몸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리 길이는 94.5㎝로 양쪽 길이가 똑같고, 다리를 펴고 구부리는 힘이나 손으로 무언가를 쥐는 악력도 양쪽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균형 잡힌 몸은 에너지의 분산을 막아 파워를 극대화한다. 뛰어난 폐활량과 리듬감은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를 가능하게 한다. 일반인의 두 배에 가까운 7000cc의 폐활량은 색소폰 연주자인 아버지 박인호(58)씨에게서, 리듬감과 유연성은 젊었을 때 무용을 한 어머니 유성미(51)씨에게서 물려받았다. 힘차게 팔을 내저을 때 상체의 모든 근육을 쓰는 것도 박태환만의 특장점이다. 일반 선수들은 스트로크를 할 때 주로 전완근(손목에서 팔꿈치 사이의 근육)만을 사용하지만, 박태환은 승모근(목과 어깨 사이의 근육)과 등척근(등 뒤의 목덜미 아래에서 활배근 끝나는 부근까지 근육), 활배근(허리에서 등에 퍼져 있는 삼각형 모양의 근육)을 모두 활용한다. 상체 근육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추진력을 배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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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레이저 레이서(전신수영복)’를 마다 하고 반신수영복을 고집한 것도 승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몸에 꼭맞게 특수제작된 전신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면서, 전신수영복은 한때 세계적인 선수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박태환도 지난해 국내 수영대회에서 맞춤제작된 전신수영복을 입고 200m 자유형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은 그러나 전신수영복이 어깨 부분 승모근을 압박해 스트로크를 방해한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반신수영복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시류를 좇아가기보다 자신에게 편한 수영복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이날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온 해킷은 자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결승에서 전신수영복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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