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3분41초’
막판 50m 폭발 스퍼트…라이벌 해킷·젠슨 역부족
평소처럼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세 번째로 입장한 박태환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때 서울 대청중 3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해, 경험 부족으로 총성이 울리기 전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실격당한 그가 아니었다. 전신수영복 대신 반신수영복을 입었다.
이윽고 출발 총성이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0.69초. 전날 예선 3위(3분43초35)의 성적으로 3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의 출발 반응시간이 8명 중 가장 빨랐다. 강력한 경쟁자인 2번 레인의 그랜트 해킷(호주)은 0.76초. 5번 레인의 장린(중국)은 0.74초였다. 4번 레인 라슨 젠슨(미국)은 0.76초.
박태환은 “구체적인 작전을 짜진 않았다”고 했다. 그저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 뒤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물살을 갈랐다. 50m까지는 탐색전. 해킷이 초반 치고 나간 가운데, 박태환은 4위로 턴을 했다. 박태환은 이후 힘을 내기 시작했고, 100m 지점에서 2위로 돌았다. 그리고 150m 지점에 가면서 마침내 1위로 치고 나섰다.
이어 300m 지점까지는 박태환이 줄곧 1위로 나선 가운데 해킷이 쫓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박태환은 마지막 50m를 남기고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반면, 초반 치고 나가던 해킷은 28살의 나이 탓인지 점차 처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50m에서 박태환보다 0.8초 늦게 턴을 한 젠슨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날 레이스를 펼친 8명 중 가장 어린 박태환에게는 막판 스퍼트를 할 힘이 있었다. 막판 50m 기록은 27초07. 초반 다른 구간에 비해 가장 빨랐다.
결국 3분41초86으로 1위. 자신의 생애 최고 기록을 작성해 한국 수영사에 금자탑을 세운 순간이었다. 또 전날 장린이 갈아치운 아시아 기록(3분43초32)도 넘어서는 것이었다. 장린이 3분42초44로 2위, 젠슨이 3분42초78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마지막 50m 지점부터 스퍼트해 역전승을 거뒀던 것과 이번 작전은 완전히 반대였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박태환은 오른 주먹을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고, 스탠드에서 아들의 우승 순간을 지켜본 부모(박인호·유성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베이징/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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