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가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물어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남자 60kg급서 업어치기 3회 등 5회 내리 한판승
“아버지, 승천하는 용 가슴에 태양 들어오는 꿈 꿔”
“아버지, 승천하는 용 가슴에 태양 들어오는 꿈 꿔”
매트에 엎드려 울던 최민호(28·한국마사회)는 매트에서 빠져나와, 매트를 돌아, 인터뷰 구역에 와서도,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가면서…”란 말을 하고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가면서도, 어깨를 감싸주는 안병근 감독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내내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준결승까지 4판을 내리 한판승으로 이길 때 최민호의 얼굴엔 생기가 넘쳤다. 업어치기로 상대를 매트에 눕힌 뒤 입에 찍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올리기도 했고, 손으로 가슴을 툭툭 치며 ‘내가 이겼어’라는 축하를 스스로에게 보내기도 했다.
푸른색 도복을 입고 나온 작은거인(1m63) 최민호는 결승 매트에 오르며 발을 굴러 쿵쿵 매트를 찍었다. ‘자, 한번 해보자’는 주문을 거는 듯 했다. 9일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60㎏급 결승전. 상대는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강호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였다. 최민호는 도복 잡기 싸움을 벌이며 숨을 고르다 경기가 시작한 지 2분14초 만에 들어메치기 한판으로 상대를 매트에 눕혔다. 심판은 오른팔을 오른쪽 귀에 갖다붙이며 하늘 높이 팔을 번쩍 들어올려 최민호의 ‘한판승’을 알렸다.
4년 전, 최민호는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첫 금메달 후보였다. 200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였으니 그런 기대를 가질 만 했다. 그러나 최민호는 대회를 앞두고 체중감량에 고전했고, 그 영향 탓에 대회 8강 도중 다리에 쥐가 나 어이없이 한판패를 당하고 말았다. 최민호는 패자전을 거쳐 값진 동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을 놓친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4년 뒤인 이번 올림픽에서 결승까지 5회 연속 한판승으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1회전 부전승으로 올라온 최민호는 2회전 1분16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3회전 1분18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4회전 2분28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준결승에선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24초 만에 다리잡아메치기 한판승으로 눕히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주특기인 ‘명품 업어치기’는 세계적인 기술로 통하며, 다른 나라선수들이 그 기술에 충분히 대비하고도 당할 수 밖에 없을 만큼 탄탄하다. 그의 업어치기를 알고도 당하는 것이다. 최민호는 웃음 띤 얼굴로 시상대에 들어섰으나,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리는 순간부터 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애국가가 그칠 때까지 그 눈물을 또 멈추지 못했다. 최민호는 “대회 오기 전 어머니가 꿈을 꾸셨는데, 청와대보다 큰 집에 불이 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 어머니가 물어보니 민호를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데 태양이 용의 가슴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셨다고 하셨다”며 기뻐했다. 최민호는 또 “난 1등만 다섯번하는 꿈을 꿨다. 정말 나 1등한 것 맞나 하고 생각하면 꿈에서 깨고, 깨면 또 떨리더라. 와, 1등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런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민호는 대한체육회가 주는 5만달러의 금메달 보너스와 별도로 소속팀 마사회가 내건 2억원의 포상금도 받게 됐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가 9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0kg급 결승에서 오스트리아 루드비히 파이셔를 들어메치기 한판으로 넘기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4년 전, 최민호는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첫 금메달 후보였다. 200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였으니 그런 기대를 가질 만 했다. 그러나 최민호는 대회를 앞두고 체중감량에 고전했고, 그 영향 탓에 대회 8강 도중 다리에 쥐가 나 어이없이 한판패를 당하고 말았다. 최민호는 패자전을 거쳐 값진 동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을 놓친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4년 뒤인 이번 올림픽에서 결승까지 5회 연속 한판승으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1회전 부전승으로 올라온 최민호는 2회전 1분16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3회전 1분18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4회전 2분28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 준결승에선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24초 만에 다리잡아메치기 한판승으로 눕히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주특기인 ‘명품 업어치기’는 세계적인 기술로 통하며, 다른 나라선수들이 그 기술에 충분히 대비하고도 당할 수 밖에 없을 만큼 탄탄하다. 그의 업어치기를 알고도 당하는 것이다. 최민호는 웃음 띤 얼굴로 시상대에 들어섰으나,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리는 순간부터 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애국가가 그칠 때까지 그 눈물을 또 멈추지 못했다. 최민호는 “대회 오기 전 어머니가 꿈을 꾸셨는데, 청와대보다 큰 집에 불이 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 어머니가 물어보니 민호를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데 태양이 용의 가슴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셨다고 하셨다”며 기뻐했다. 최민호는 또 “난 1등만 다섯번하는 꿈을 꿨다. 정말 나 1등한 것 맞나 하고 생각하면 꿈에서 깨고, 깨면 또 떨리더라. 와, 1등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런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민호는 대한체육회가 주는 5만달러의 금메달 보너스와 별도로 소속팀 마사회가 내건 2억원의 포상금도 받게 됐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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