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숨 멎게 한 4시간…지상최대 ‘블록버스터’

등록 2008-08-09 00:09수정 2008-08-09 03:58

화려한 중국 문명과 역사를 소재로 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공자 시대의 복장을 한 단원들이 ‘문자’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화려한 중국 문명과 역사를 소재로 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공자 시대의 복장을 한 단원들이 ‘문자’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 눈길을 잡은 개막식
1만 4천여명 출연…1천억원 쏟은 야심작
5천년 황허문명 대서사시…‘중국의 힘’ 과시

집단군무와 함성, 주경기장 바닥을 첨단기법의 영상으로 처리한 발광다이오드(LED) 무대,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적 감수성, 그리고 소재가 된 중국 황허문명과 역사. 여기에 21세기 중화의 영광을 꿈꾸는 자신감까지 ….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다른 소수민족 무용수들 사이에서 장구춤을 추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다른 소수민족 무용수들 사이에서 장구춤을 추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중국의 역사 소재를 모두 동원해 자부심을 과시하고, 동양적인 신비감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붙잡은 개막식이었다. 로마의 콜로세움 이후 가장 이색적이고 독특한 건물이라고 평가받은 주경기장 냐오차오(새 둥지)는 개회식 카운트다운으로 어둠에 휩싸였고, 북소리와 빛의 조화, 주변에서 터진 수천여 발의 폭죽과 함께 막이 열렸다.

1부의 시작은 환영. 2008명으로 구성된 악대는 중국 고유의 타악기를 치며 ‘먼 곳에서 친구가 오니 반갑지 아니하리’라는 <논어>의 구절을 율동으로 형상화했다. 그 뒤로 5개의 오륜 고리가 운동장에 새겨지더니 일어서 하늘로 올라갔다. 공중에는 ‘압사라’라는 전설적인 요정들이 날아다니고, 파란색 배경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의 오성홍기가 56개 소수민족 어린이들에 의해 옮겨졌고, ‘의용군행진곡’에 맞춰 높게 게양되는 순간 베이징 시내의 수십 곳에서 수만 발의 화려한 불꽃잔치가 벌어졌다.

영화 스크린처럼 스타디움 공간에 종이와 붓, 먹과 벼루 등 문명을 상징하는 소품들이 새겨졌고 이어 ‘찬란한 문명’이라는 주제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두루마기 모양의 발광다이오드 무대 위에 가로 20여m의 종이를 깔고 수묵화를 그려 동양 회화의 단순미를 알렸다. 흰색과 회색이 덧칠된 신선풍의 복장을 갖춘 3천여명은 공자의 제자들로 분장했고, 목간을 펼치고 접으며 만들어낸 집단군무는 고대의 수준 높은 문명을 과시했다.

컴퓨터 자판처럼 한자를 새긴 각각의 틀을 사람들이 받쳐들고 만드는 글자도 시선을 끌었다. 마치 3차원 영상처럼 물결치듯 움직이면서 만든 한자는 화평할 화(和). 경극과 동서양 교통로를 연 실크로드, 해상 실크로드, 1300년대 아프리카 원정을 떠났던 정화의 선단까지 중국적인 모든 것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미려고 했다.

2부 영광의 시대에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상징하듯 스타디움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구체를 통해 하나된 세상을 만들었다. 소수민족이 각기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공연을 하는 것도 상징적이었다. 이어 간자체 순서에 따라 그리스 선수단이 첫번째 입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204개국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장성호가 태극기를 든 한국 선수단은 176번째로 들어왔고, 북한이 따로 들어와 공동 입장은 성사되지 못했다. 류치 중국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장의 연설에 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을 선언했다. 최종 성화주자로 나선 체조선수 출신 리닝은 와이어에 의해 공중으로 떠 경기장을 돈 뒤 성화대에 불꽃을 점화하면서 4시간에 걸친 개막공연은 막을 내렸다.

베이징/권오상 홍석재 기자 kos@hani.co.kr 김창금기자 kimck@hani.co.kr



“새둥지안, 하늘과 소통하는 거대한 보호막처럼 느껴져”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관기

불빛이 나오는 형광색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공연이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다. 베이징/연합뉴스
불빛이 나오는 형광색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공연이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한낮의 땅은 5대 종손 안방 아랫목처럼 뜨겁다. 발이 델까 작은 새가 총총거리며 뛰다, 경기장 철조망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다시 밖으로 나와 푸른색을 잃은 뿌연 하늘로 휙 날아간다. 철물로 나뭇가지 엮듯 만든 ‘새둥지’(국가체육장 애칭)가 저쪽인데, 새는 둥지와 반대쪽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새가 자리를 비껴준 둥지 주변엔 아침부터 성미급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닥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회사원 완후리앙은 “개막식날이 공휴일로 지정된데다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도 뭐해 아예 경기장 근처로 나왔다”고 했다.

아빠 옆 5살 아기 이마엔 ‘中國加油’(중국 힘내라)라 적힌 빨간색 머리끈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까지 꽂혀있었는데, 머리끈 밑으로 땀이 흘러내렸다. 차에서 공안과 군인들이 우르르 내렸다. 간이의자를 하나씩 들고 주경기장쪽으로 척척 소리를 내며 가는데, 허리엔 방독면이, 손엔 생수가 한통씩 들려있다. 공안도 더위까지 잡아 가둬둘 순 없는 노릇이다.

식전행사 시간(오후 5시45분)이 가까워지면서 검색대마다 100~200m 줄을 통과한 9만1천명이 통제선을 따라 새둥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오랫동안 둥지를 떠났다 엄마 품으로 찾아가는 것 마냥 들떴다. 대학생 리난은 “올림픽을 중국에서 여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중국 역사를 보여주는 공연이 가장 기대된다. 중국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고 말하는 내내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새둥지 안은 하늘하고만 소통하는 거대한 보호막처럼 느껴졌다. 6700㎞ 돌담을 쌓아 북방 침입을 막은 만리장성처럼, 새둥지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여러분들, 또 중국을 간섭할 수 없다고 말하며 에워싸는 울타리 같았다.

중국이 무더위와,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는 우려를 감수한 건 바로 8월8일 8시 개막식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는데, 관중들의 3,2,1 카운트다운 소리와 2008명 젊은이의 북소리가 중국이 ‘100년간 기다린 꿈’이라던 그 시간을 맞이했다. 1만4천여 공연진과 1천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은 장이머우 총감독은 줄을 타고 휙휙 날아다니는 곡예 수준의 공연 대신, 중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무대 중앙에 설치된 산수화 한폭 위에 그려내는데 자신의 감각을 집중했다. 중국 고대문명에서 화합의 미래로 옮겨가는 연결고리가 자연스럽지 않아 다소 지루한 감도 주었으나, 관중들은 중국의 자랑이라는 종이발명과 인쇄술을 과시하는 공연에 환호했고, 세계 어린이들의 웃는 사진들이 중국 수도 한복판 새둥지 운동장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함성은 더 커졌다.

자금성 정북방향 10여km 지점에 위치한 ‘새둥지’는 자금성 태화전, 천안문 광장, 마오쩌둥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중국 권력과 힘의 상징 줄기인 용맥(龍脈) 위에 자리잡고 있다. 다시 ‘새둥지’를 용의 모양을 가진 호수가 휘휘 감싸돌고 있는데, 중국이 그 용맥 위 새둥지에 세계인들을 불러모아 벌인 축제는 중국인들의 자부심과 흥분을 몇 도 끌어올린 뒤에야 끝이 났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한국, 월드컵 3차 예선서 중동 5개 국과 한 조 1.

한국, 월드컵 3차 예선서 중동 5개 국과 한 조

천하의 신진서도 ‘외로운 싸움’ 한계…“2~5위 동료가 받쳐줘야” 2.

천하의 신진서도 ‘외로운 싸움’ 한계…“2~5위 동료가 받쳐줘야”

박지수,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 이적…WKBL 첫 유럽 진출 3.

박지수,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 이적…WKBL 첫 유럽 진출

KBO 구단들, 약점 보완해줄 외인 투수들과 속속 계약 4.

KBO 구단들, 약점 보완해줄 외인 투수들과 속속 계약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 사우디 2-0 꺾고 중위권 도약 발판 5.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 사우디 2-0 꺾고 중위권 도약 발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