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 출신 로몽, 미 기수로
NBA 스타들 본국 ‘얼굴’ 뽑혀
NBA 스타들 본국 ‘얼굴’ 뽑혀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205명의 기수가 자국팀을 대표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기수는 단연 미국 선수단 기수인 육상선수 로페스 로몽과 주최국 중국팀의 야오밍이다. 수단 출신인 로몽이 미국팀을 대표한 데는 정치적 의미가 담겼다.
로몽은 내전의 상처가 심각한 수단 다르푸르에서 태어났다. 다르푸르 사태에서 ‘중국이 석유 이권을 노리면서 다르푸르 주민을 학살하는 수단 정부의 편을 들고 있다’고 비난해온 미국이 다르푸르 출신의 선수를 자국 선수단의 얼굴로 선정한 것이다.
로몽은 6살 때 반군에 잡혀 소년병 양성소에서 자라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뒤, 케냐의 난민수용소에서 10년을 보냈다. 미국은 그를 2001년 난민으로 받아들였고, 그는 지난 6월 미국 국가대표로 뽑혔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7일(현지시각) 선수단 투표를 거쳐 로몽을 ‘평화의 메신저’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8일 이번 올림픽을 대표하는 기수 16명을 소개하면서 로몽은 언급하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두번째로 중국팀 기수로 활약한 야오밍은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뛰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스포츠 억만장자다.
야오밍 외에도 미국 프로농구는 기수단 선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뛰고 있는 더크 노비츠키가 첫 올림픽 출전에 독일 선수단 기수의 영광을 안았다. ‘독일병정’ 노비츠키는 2006-2007 시즌 미 프로농구 최우수 선수다. 미 프로농구 최고의 ‘식스맨’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아르헨티나팀 기수로, 사루나스 야스케비시우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리투아니아 선수단 기수로 나섰다.
시계, 주머니칼에 이어 스위스가 배출한 3대 명품이라는 평판을 듣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역시 2회 연속 기수로 선발됐다.
우크라이나와 멕시코는 여성 스타를 기수로 앞세웠다. 올림픽에서 4차례나 금메달을 따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수영선수 야나 클로치코바와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11개의 메달을 딴 멕시코 다이빙 선수 파올라 에스피노사가 그 주인공이다. 베이징/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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