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44)
2005년 선임…일, 첫 메달 기대
5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통해 들어온 일본대표팀 선수단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1980~90년대 세계 배드민턴계를 휘어잡은 ‘셔틀콕의 황제’ 박주봉(44)이었다. 세계선수권 7회 우승, 각종 국제대회 80여차례 우승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혼합복식(당시 시범종목)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복 은메달 등 한국 배드민턴이 낳은 최고스타였다. 그 박주봉이 감독직을 달고 처음 올림픽에 나왔는데, 이끄는 팀이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이다. 96년 애틀랜타를 끝으로 은퇴한 그는 배드민턴이 국기인 말레이시아 대표팀, 배드민턴 종주국 영국 대표팀 지도자로 ‘모셔질’ 만큼 ‘배드민턴계의 히딩크’로 통했다. 말레이시아에 초빙됐을 땐 그의 이름을 붙인 ‘주봉 버거’ ‘주봉 주스’가 나오기도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이전에 한국 대표팀 코치를 몇 달 맡았던 그를 일본이 2005년 스카우트한 것이다. “일본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한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한을 풀어달라”며 박주봉의 능력에 기댄 것이다. 박주봉은 “일본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11명 중 10명이 1회전에서 떨어지고, 1명만 2회전에 나갈 만큼 성적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주봉은 일본 사령탑에 오른 지 2년 여만인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남녀복식 동메달을 거둬들였다. 박주봉은 “일본의 사상 첫 배드민턴 메달의 부푼 꿈을 갖고 왔다”고 했다. 남자복식 사카모토-이케다, 일본 스포츠계 ‘미녀스타’로 인기가 높은 여자복식 오구라-시오타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남녀복식은 한국이 금메달을 노리는 전략종목과도 겹친다. 박주봉은 “한국 정재성-이용대 짝에게 일본 남자복식이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결승과 올해 전영오픈 4강에서 모두 졌다. 재성이와 용대가 많이 성장했다. 충분히 금메달을 넘볼 실력”이라며 한국팀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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