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아부바커 카키 카미스 / 파나마의 어빙 살라디노
수단·파나마·몬테네그로 등 일부 종목 세계정상 수준
제3세계 선수들
내전 때문에 선수촌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임시 훈련장인 스타디움의 트랙에는 구멍이 송송 나 있다. 바벨이 없어 쇠막대에 콘크리트 블록을 끼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 영국의 <비비시>(BBC)는 내전으로 찢긴 수단의 2008 베이징올림픽 준비상황을 최근 이렇게 전했다.
21세기 올림픽이 최첨단 장비와 스포츠 과학의 경연장이라고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메달의 꿈을 키우는 제3세계 선수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러 종족의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구성한 수단 올림픽팀은 그동안 카툼스타디움에서 올림픽 준비를 해왔다. 스러져가는 경기장 시설이 만족스러울리 없다. 그러나 올해 세계육상 800m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인 아부바커 카키 카미스(19) 등 육상 선수들은 베이징 메달의 꿈에 부풀어 있다.
전쟁의 상처에 고통받는 이라크 민중에게도 베이징올림픽은 희망의 분출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로 참가가 불투명했으나 극적인 조처로 원반던지기(여자)·단거리 달리기(남자)에 2명, 조정에 2명 등 4명이 출전한다. 아프가니스탄도 5명의 선수를 내보냈는데, 선수들의 메달은 내전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동포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종교·종족 분쟁으로 2006년 세르비아와 분리해 독립한 몬테네그로는 베이징올림픽 수구 종목에서 세르비아와 맞설 가능성이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몬테네그로-세르비아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돼 금메달을 땄다. 이번에는 ‘옛 식구’를 상대로 자존심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한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금메달 꿈만은 야무진 나라는 또 있다. 파나마의 경우 그동안 2개의 동메달을 딴 게 전부였지만, 이번에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올해 개인기록도 경신(8m73)한 어빙 살라디노(25)가 기대를 받는 주인공이다. 이밖에 세계 다이아몬드 1위 생산국이지만 노메달 국가인 보츠와나가 이번에는 여자육상 400m에서 정상급 실력의 아만틀 몬초(24), 남자 높이뛰기의 기대주 카벨로 크고시에망(22)를 내세워 첫 메달에 도전한다.
내전과 종족분쟁, 굴곡진 역사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국가들한테 올림픽은 희망의 무대로 비쳐지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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