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10m권총에 동반출전하는 이호림과 김윤미가 밝게 웃고 있다.
이호림 “내 성격 다스릴 일만 남아”
김윤미 “이렇게 느낌 좋은적 처음”
안수경 “권총단자 고장나 속 끓여”
김윤미 “이렇게 느낌 좋은적 처음”
안수경 “권총단자 고장나 속 끓여”
“아직도 표정이 밝지 않네.”
기자의 조심스런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지금 어디에, 어느 과정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요”라는 답변이 거침없이 나온다. “전북 임실 대표팀 합숙훈련 때 오죽했으면 모의실전 사격도 마다했겠습니까?” 그의 손엔 소설책 <젊은날의 초상>이 쥐어져 있었다.
오는 13일 여자 25m권총에 출전하는 안수경(21·KB국민은행, 고려대 체육교육)은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전북 임실 훈련 때 3년간 애지중지해오던 독일제 권총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격에서 격발만큼 예민한 게 없는데, 그 단자가 고장나면서 감을 잃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국엔 자신 밖에 이 총을 쏘지 않아 제대로 수리를 받는 일도 어려웠었다고 털어놨다. 훈련 이외의 남는 시간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는 “스포츠만으론 더 큰 세상을 만날 순 없지않냐”며 “그래도, 4년 만에 다시 대표로 뽑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안수경의 오전 훈련이 끝나자 여자 10m권총 훈련이 낮 12시부터 시작됐다. “본선서 저렇게만 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이휘석 코치(환일고)의 말에 점수판을 보니, 시작부터 한발만 9점이고 나머지 9발 모두 만점(10점)이다. 여자 10m권총은 물론 화약총인 25m권총까지 2종목에 출전하는 이호림(20·한국체대)은 고교시절이었던 4년 전 올림픽 대표선발전 막판 탈락의 아픔을 상기했다. “그땐, 너무 어려 마음잡는 방법도 몰랐다”며 “기술과 체력 모두 준비는 끝났고, 오로지 남은 것이라곤 흥분 잘하는 내 성격을 다스리는 일 뿐”이라고 희죽 웃었다. “내가 남들보다 팔이 길어서 유리하다고들 하는데, 팔이 길면 그만큼 더 떨린다는 사실도 알아달라”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도 보였다.
여자 선수로는 맏언니인 10m권총의 김윤미(26·동해시청)의 표정은 무척 밝다. “여길 오니, 마음이 더 편해졌고, 표적에 꽂히는 느낌이 좋다”는 그는 “이런 기분은 사격을 한 뒤 처음일 정도”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달까지만 해도 실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실수를 인정하고 나니 실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연습사격 중 연속 14발 만점 격발 성공이 나온다. 재능은 좋았지만, 대학과 실업팀을 전전하며 둥지 찾기에 가장 많은 애를 먹었던 김윤미에겐 빚도 남아있다. 대표선발전 마지막 시기에서 팀 후배 박민진이 실탄장전없이 격발해 탈락한 어부지리로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도 그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대회를 앞두고 홀가분해졌어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베이징/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여자 25m권총에 출전하는 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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