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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노민상 수영 감독의 고민

등록 2008-08-04 19:26수정 2008-08-04 20:59

여기는베이징/

“태환이가 잘해서 원샷으로 소주 한잔 쫙~ 들이키면 좋겠어. 태환이가 잘할 때 원샷이지, 못하면 숨어버릴 거야….”

지난 3일 오후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인 ‘워터큐브’에서 첫 현지적응 훈련을 마친 수영대표팀의 노민상 감독. 그는 수영장 밖에 나와 담배 한 대를 쭉 들이켜 빨더니, 결전을 앞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호소했다. “태환이 그 애, 주변에서 가만 놔두면 무척 착한 아이인데….” 그는 언론과 방송, 국민의 눈이 지나치게 박태환에게 쏠리는 게 무척 부담스러운 듯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우두공항에 박태환이 입성하자, 에스비에스(SBS) <베이징 투데이>, 문화방송(MBC) <모닝와이드>의 연예인 리포터들까지 따라붙는 등 지나친 취재경쟁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그러자 노민상 감독은 “이게 뭐하는 거냐”며 박태환을 끌어안고 취재진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노 감독 표정 등을 보면 자신의 오랜 제자 박태환에게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이날 박태환이 처음 워터큐브 풀에 들어가 1시간 남짓 적응훈련하는 것을 본 뒤, 노 감독은 “보세요.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잖아요. 다른 선수들 보세요. 자꾸 (동작이) 끊어지잖아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밖으로 떠돌던 박태환이 지난 2월 말 태릉선수촌 재입촌을 결정해 오랜 스승인 그의 품에 다시 돌아오면서 그는 좋아하던 술까지 아예 끊어버렸다. 이번에 박태환 등 대표선수 16명을 위해 1대당 35만원씩하는 미국제 공기청정기 9대도 직접 구입해 가져왔고, 선수들 정신이 맑아지라고 아로마향도 들여왔다.

노 감독은 그동안 훈련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박태환 프로그램을 짜고 영법 및 체력분석에 큰 도움을 준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연구원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에이디(AD)카드(경기장 출입허가증)를 받지 못해 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분이 왔어야 하는데. 대한체육회에 부탁은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송 연구원은 카드없이 대표팀과 함께 들어왔다가 입국장에서 걸려 다른 곳에 머물고 있다. 척박한 한국수영 현실에서 ‘잡초’ 같은 삶으로 박태환을 발굴 조련해낸 노 감독. 그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만가는 듯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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