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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로페스 가문’ 금빛 발차기로 깬다

등록 2008-07-28 19:55

차동민 손태진 임수정 황경민 등 올림픽태권도 4인방이 주먹을 내지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차동민 손태진 임수정 황경민 등 올림픽태권도 4인방이 주먹을 내지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가 간다 <7> ‘종주국 자존심’ 건 태권도
미 ‘로페스 남매’ 올림픽 3연패 도전
손태진·임수정 등 “한국 3연패 수성”

태권도가 올림픽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두 차례 올림픽에서 종주국 한국이 우승하지 못한 체급은 남자 -68㎏급이다. 시드니에선 은메달(신준식), 아테네에선 동메달(송명섭)에 머물렀다.

태권도 역사상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남자선수 스티븐 로페스(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의 동생 마크 로페스가 이 체급에 나선다. 세계선수권에서만 2005년 금메달, 2007년 은메달을 차지한 로페스는 이 체급 세계 최강자 중 한명이다. 형 스티븐과 함께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로페스 집안’의 철옹성을 깰 한국 선수는 ‘88둥이’인 손태진(20·삼성에스원)이다.

손태진은 지난해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세계 예선 8강에서 마크 로페스와 4-4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서든데스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 투혼으로 승리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가 됐고, 그 대회 우승으로 손태진은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하지만 경기력에선 여전히 로페스와 종이 한장 차의 전력에 불과하다. 2007 세계선수권에서 마크 로페스를 꺾고 우승한 숭이치(대만)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손태진으로선, 얼마나 강자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는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나머지 변수는 (대륙별) 심판의 배치, 대진추첨이다.

한국 태권도 역대
한국 태권도 역대
손태진이 자신의 체급에서 한국 태권도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면, 임수정(22·경희대)은 여자 -57㎏급에서 정재은(시드니) 장지원(아테네)에 이어 한국 올림픽 3연패 수성에 나선다. 저변이 가장 잘 발달해 있는 이 체급에서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최강이다. 이 체급에 출전할 경쟁자들 대부분 임수정이 다른 대회에서 겨뤄봤고, 큰 점수 차로 이겼기에 자신감은 최고다. 다만, 여기서도 ‘로페스가’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신경쓰인다. 다이애나 로페스는 남자부 마크 로페스, 스티븐 로페스와 한가족으로 이번 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한다. 임수정으로선 아직 다이애나와 대적한 적이 없다. 기본기가 잘 발달한 임수정과 스피드는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긴 팔다리가 강점인 로페스가 대진에 따라 결승에서 만날 경우 최고의 빅매치가 될 수도 있다.

태권도 경기가 시작되는 21일 나란히 출전하는 손태진과 임수정은 이런 이유들로 어깨에 무게가 실려있지만 동시에 부담을 털어내는 심리적 작전도 필수다. 손태진은 “변칙적인 경기를 벌이는 로페스에겐 빠른 스피드와 얼굴가격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했다.

중량급에서 강세인 한국은 이번에도 +80㎏급의 차동민(22·한체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키가 2m10으로 농구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는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는 아프리카 최초의 세계 챔피언(2007)으로 차동민이 박빙의 승부 끝에 아쉽게 패한 적이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하게 된 황경선(22·한체대)은 1승1패의 상대전적을 기록 중인 그와디 에팡(프랑스)이 호적수다.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10초룰’ 생겨 박진감

■ 태권도 알고보자

가장 재미없다는 태권도도 바뀐 규정을 조금만 알고 보면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이번 대회부턴 상대의 하체를 가격하며 공격을 저지하는 ‘더티 플레이’는 금지된다. 체력이 떨어진 것을 마치 보호대 등 장비가 풀어진 듯 ‘콜’을 불러 1분여 쉬는 행위도 심판에 의해 제지된다. 심판은 즉시 확인해 경기 재개를 판단하게 된다. 경기장 밖으로 두 발 다나가면 경고를 받고, 상대를 팔로 껴안거나, 잡는 행위 역시 경고다. 경고 2개면 1점 감점, 경고 8개를 받으면 감점패를 당한다.

10초룰이 신설돼 경기의 박진감도 빨라진다. 5초간 서로 공격을 하지 않으면, 주심은 “10초!”를 외친 뒤 그래도 10초 동안 공격을 하지 않게 되면, 경기장 바깥 라인에 가까운 선수에게 경고를 준다. 척추와 인접한 등 부위에 가격되는 공격행위는 더 이상 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주먹공격과 뒷차기점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채점을 하기로 한 것도 경기의 흥미를 다양화 시키려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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