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2의 방수현’으로 불렸던 전재연은 양쪽무릎 수술 후 재기해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메달권에 도전한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우리가 간다 <7> 배드민턴 여자단식 국내 최강 전재연
선풍기 틀고 바람변수 읽는 감각 훈련중
“약자가 더 유리”…방수현 뒤이을 ‘중책’
선풍기 틀고 바람변수 읽는 감각 훈련중
“약자가 더 유리”…방수현 뒤이을 ‘중책’
15살 때 어머니가 폐암으로 먼저 곁을 떠났다. 아빠도 뭐가 그리 급했던 건지 6개월 뒤 간경화로 엄마가 있는 저 먼 곳으로 갔다. 어느덧 팔순을 앞둔 할머니가 어린 3남매를 거뒀다.
2004 아시아선수권과 2005년 1월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우승으로 세계 4위까지 올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 방수현을 이을 선수란 말이 따라왔다. 그 말의 끄트머리에 왼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핀을 박는 큰 수술(2005년)의 불운이 붙어왔고, 1년 넘는 재활이 끝났다 싶어 돌아오니 오른무릎 수술(2007년 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국제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을 수 없어 세계순위는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혹시 아세요? 저 훈련하다가 올림픽 80일 정도 남기고 왼무릎에 박힌 핀 빼고 반월판 제거수술을 또 받았거든요. 통증이 너무 심해서요.” 수술만 왼무릎 두번, 오른무릎 한번이라는 것이다.
“수술받고 다시 대표팀에 오라고 했을 때 그분들도 하는 데까지 해보라는 거였지, 올림픽에 나가는 건 생각하지 못하셨죠. 저도 욕심버리고 국내에서 제일 잘했던 적이 있으니 국내 정상을 찾자, 즐기면서 하자고 생각했죠.”
부담을 줄인 그의 라켓은 한결 가벼워졌고, 올해 독일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며 세계 11위까지 껑충 뛰었다. “두번째 수술 이후 운동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전재연(25·대교눈높이)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5월 세계순위 기준 16위까지 주어진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와중에 공부도 해 한국체대 스포츠심리학 박사과정(1학기 휴학)까지 밟고 있으니, 주변에서 ‘또순이’라 여길만 하다.
금메달 5개가 걸린 배드민턴(남녀단식·남녀복식·혼합복식)에서 남자 세계 1위 린단과 여자 세계 1위 시에싱팡을 보유한 중국은 싹쓸이를 노린다. 한국은 올해 최고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동반 우승한 남자복식 정재성-이용대, 여자복식 이경원-이효정에게 중국독주를 막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여자단식 최강자인 전재연은 방수현의 영예를 되찾아와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여자 세계 1·2·3위를 모두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버겁지 않을까 라는 시선에 전재연은 “4·5·6위 선수들도 그 중국 선수들을 이긴 적이 있고, 나도 이겨본 경험이 있다. 여자단식은 변수가 많고, 약자가 (심리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했다. 1위부터 10위권 안팎까지는 당일 컨디션과 에어컨 바람의 적응도 등으로 승부가 엇갈릴 만큼 실력 차이가 촘촘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은 코트 뒤에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고 훈련하며 바람의 변수를 읽어내는 감각을 익히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16강까지 진출했던 전재연은 “지금까지 내 배드민턴을 평가받는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믿어준 분들, 너무 어렸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던 우리 가족들을 위해 올림픽에 나갑니다”라고 했다. 그는 미니홈피에 ‘매일 감격의 순간을 상상한다’고 자기 주문을 걸어놓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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