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영화관 찍고 중국 가자
[올림픽 특집] 니하오! 베이징
■ 음식·문화·유적지까지 책으로 예습해요
이제 한 달 후면 중국의 고도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시작된다. 베이징 올림픽을 즐기기에 가장 우선적 위치에 사는 우리가 아는 베이징은 어떤 곳일까. 우리는 베이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몇 권의 책을 통해 미리 느껴보는 베이징은 잠시 더위를 잊게 하기에 알맞을 듯하다.
사람 많고 볼 것 많은 중국에는 먹을 것도 많다. 중국을 알고 중국인과 친해지려면 음식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할 만큼, 중국에는 다양한 식재료로 각양각색의 요리를 만들어 내고, 많은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리우쥔루의 <음식>은 중국 음식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일반 가정에서의 음식과 식사 예절, 지방음식, 명절음식, 전통 먹을거리, 차와 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고 먹는 음식의 맛은 배가 될 것이다.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니다 보면, 자칫 현지인들의 소박한 생활을 엿보기 힘들다. 베이징에서 공부하고 있는 부부가 10년 동안 평범한 서민들과 더불어 살며 바라본 그들의 삶을 들려주는 <베이징 뒷골목 이야기>는 고속 성장 뒤편에 가려진 이들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이징의 뒷골목을 샅샅이 누비며, 서민의 일상을 담은 풍경을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진솔한 베이징을 엿볼 수 있다.
<제국의 뒷길을 걷다>는 소설가 김인숙이 베이징에 거주하는 동안 다녔던 황궁과 유적지 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섬세한 상상력을 더하여 완성한 ‘김인숙의 북경이야기’이다. 관광객들이 관람하는 유적지는 물론, 조금은 생소하지만 꼭 한 번 가보면 좋을 듯한 옛것의 흔적을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산문집이다.
에이드리언 다게의 <베이징 컨스피러시>는 부제 그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이라는 설정의 가상 시나리오 소설이다. 올림픽 개최 자질 여부에 대해 말 많고 탈 많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코앞인 지금,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련의 테러 사건들을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제전과 엮어, 미국과 전 세계 테러집단, 중국내에서 발생하는 티베트, 위구르 등 인권 탄압 문제를 실제 상황처럼 리얼하게 담아내어,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단순히 읽는 재미 뿐 아니라, 끊임없는 분쟁과 테러,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사람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를 거부한다. 서로를 질투하며 자신의 도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에 열을 올린다. 양둥핑의 <중국의 두 얼굴>에서 말하는 두 얼굴은 베이징과 상하이다. 모던하고 경제도시답게 활력 넘치며 개방적이고 친절한 상하이. 정치도시답게 무겁고 경직되어 있는 베이징. 이 책은 두 도시가 경쟁하기 시작한 배경과 그들의 문화, 도시 풍경, 문화대혁명을 겪은 후의 변화, 사람들의 특색, 심지어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두 도시를 비교 분석하여, 읽는 재미도 뛰어나고,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도서저작권·에이전트 백은영
■ ‘쿵푸팬더’ ‘적벽대전’ 영화로 중국 엿봐요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옴에 따라 평소 애니메이션이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도 눈길이 가는 영화가 있다. 이미 상영 중인 <쿵푸팬더>와 곧 개봉할 <적벽대전>이 그것. 중국과 연관이 있는 영화이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쿵푸팬더>는 제목 그대로 중국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중국 특유의 동물이면서 중국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 중의 하나인 팬더가 쿵푸를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지진이 발생한 쓰촨 지역에서 처음에 잠시 상영이 연기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자오반디라는 행위예술가가 상영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대 이유는 중국의 국보인 팬더와 쿵푸를 도용하여 지진 피해를 입은 중생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는 말씀.
이런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이 영화가 중국에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해다. 중국에서도 절찬리에 상영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몇 가지 까칠한 점이 숨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쿵푸팬더인 ‘포’의 아버지가 왜 오리냐는 점이다. 사소한 데에 집착하는 나는 이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그래서 나중에 ‘포’의 아버지가 “사실은 너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고 했을 때 드디어 정답이 나오나 했다. 헌데 “국물 만드는 비법은 없다”는 오리 아빠의 고백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긴 내가 미국문화를 암시하는 도널드 덕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이는 ‘포’의 쿵푸 스승인 시푸 사부가 렛서팬더인 점에서도 재차 ‘강조’되고 있다고 하겠다. 너구리처럼 생긴 것이 무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놀랍게도 북미에만 사는 렛서팬더였다. 용의 전사도 결국 렛서팬더가 훈련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비급인 ‘용문서’가 아무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무자천서(無字天書)였듯이 분명한 답은 이 영화 어디에도 없으니 각자의 해석에 맡길 뿐이다.
주인공 주유(량차오웨이 분)가 묘하게도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던지는 ‘적벽대전’에도 이런 무자천서(無字天書)가 나온다. 조조에게 투항을 권유받은 손권은 심리전(心戰)의 일환으로 아무 것도 쓰지 않은 답신을 보내는 장면이 그것이다. 조조는 대노한다. 긴 말 필요 없고 쳐들어올 테면 오라는 메시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들은 “말할 수 있는 도는 진짜배기 도가 아니다”라는 ‘노자’의 첫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이야말로 예단을 거부하는 무자천서의 나라가 아닐까.
황희경 영산대 교수
■ ‘쿵푸팬더’ ‘적벽대전’ 영화로 중국 엿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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