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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헐고 지은 ‘새둥지’ 13억 중국인 꿈 품다

등록 2008-04-29 20:08수정 2008-04-30 13:53

밤에도 올림픽 주경기장(왼쪽)과 그 옆에 있는 수영장 ‘워터큐브’ 주변엔 관광객과 베이징 시민들로 북적인다. 밤에 푸른색 물방울 조명이 켜지는 ‘워터큐브’(오른쪽)가 잘 보이는 근처 육교는 사진 촬영  명당장소다. 하루 2교대로 투입되는 경찰들은 사진을 찍느라 통행에 불편을 주면 "빨리 가라"고 호통을 친다.            베이징/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밤에도 올림픽 주경기장(왼쪽)과 그 옆에 있는 수영장 ‘워터큐브’ 주변엔 관광객과 베이징 시민들로 북적인다. 밤에 푸른색 물방울 조명이 켜지는 ‘워터큐브’(오른쪽)가 잘 보이는 근처 육교는 사진 촬영 명당장소다. 하루 2교대로 투입되는 경찰들은 사진을 찍느라 통행에 불편을 주면 "빨리 가라"고 호통을 친다. 베이징/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베이징 올림픽 D-100

중국 스스로 ‘100년 만에 이룬 꿈’이라는 2008 베이징올림픽이 30일로 개막 100일을 앞두게 됐다. 허름한 집들을 밀어버린 자리엔 거대한 철조물 주경기장이 들어서 세계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알리겠다는 베이징엔 시민들의 설렘과 기대, 올림픽을 향한 우려의 시선들이 뒤섞여 있었다.

4년4개월 ‘5천억 공사’…서울올림픽경기장 8배
150만명 외곽 방출 불구 “올림픽 성공” 기원 북적

얼굴에 검버섯이 핀 할아버지가 택시에서 내려 지팡이를 땅에 짚었다. 중년 아들의 부축까지 받아야 겨우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그가 철망 앞에 섰다. 아들이 “이·얼·싼(1·2·3)”하며 셔터를 누르자, 할아버지가 웃음을 지었다. 카메라엔 바람에 너풀대는 흙먼지와 할아버지, 2008 베이징올림픽주경기장 ‘국가체육장’이 함께 담겼다.

주경기장이 더 잘 보이는 육교엔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밤낮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육교엔 ‘사람이 많아 위험하니 조심하시오. (통행이 어려우니) 너무 한 곳에 오래 머물지마시오’ 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가족과 같이 온 중국사회과학원 리즈취안 박사는 “너무 아름답다. 올림픽성공을 세계인들과 함께 기원한다”며 잔뜩 들떠있었다. 마치 어미새가 물고온 나뭇가지를 쌓은 듯한 모습이어서, ‘새둥지’(냐오차오)란 애칭으로 불리는 주경기장 위용에 감탄한 것이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직육면체 체육관 외벽에 물방울 무늬의 파란색 조명이 켜지는 수영장과 그 옆에 나란히 있는 ‘냐오차오’는 중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다. 올림픽 개막 100일을 나흘 앞둔 26일, 마무리 공사 탓에 돌과 흙더미가 쌓여 먼지가 휘날리지만, 사람들은 접근을 막은 철망에 올라 안을 들여다볼 만큼 관심이 컸다. 이런 열기 탓에 주경기장 인근 호텔 스카이라운지엔 ‘투숙객이 아니면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말라’는 주의문까지 붙었다.

35억위안(4965억원)을 들여 공사 52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냐오차오’는 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리는 곳으로 9만1천명을 수용한다. 이곳은 올림픽을 통해 개혁·개방 30년의 발전상을 보여주겠다는 중국의 자신감을 대표한다. ‘냐오차오’가 들어선 올림픽그린의 규모는 서울 올림픽공원 8배에 달한다.


그 규모와 녹화사업 명분에 밀려 빈민가 사람들이 베이징 외곽으로 쫓겨났다. ‘더럽고 못 사는’ 이들은 ‘냐오차오’란 ‘새둥지’를 위해 자신의 둥지를 내줬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후통’도 허물어졌다. 동네 30여개도 사라졌다. 왕징에 있는 한 부동산 업자는 “주경기장과 가까운 양산춘 뿐 아니라 왕징 근처 등 도로변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포크레인을 몰고온 용역업체들에 의해 철거됐다”고 했다. 턱없이 적은 보상가격을 손에 쥐고 집을 잃은 시민들이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무너져 공사 중인 곳의 담벼락엔 ‘뉴(새로운) 베이징’ ‘휴머니스틱(인도주의적인) 올림픽’이란 글귀가 검정색 구두에 흰 양말처럼 어색하게 걸려있다.

올림픽 기간 교통 짝홀 2부제, 먼지를 일으키는 공사중단 등 각종 통제를 받지만 올림픽에 대한 베이징 시민들의 기대는 제법 커보였다. 올림픽 예행연습격으로 치러진 국제여자농구 결승전이 열린 농구장에서 만난 대학생 허구안하오씨는 “새 빌딩이 생기고,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는 등 베이징이 바뀌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문화와 오래된 역사를 세계인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티베트같은 문제는 중국의 문제이니 우리가 풀게 맡겨줬으면 한다.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이지 정치적인 이벤트가 아니지 않느냐”며 올림픽을 우려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을 경계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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