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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연맹의 ‘이만기 패대기’ 성공하려나?

등록 2006-09-05 15:13수정 2006-09-05 15:48

한국씨름연맹에 대립각을 세워왔던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씨가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씨름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맹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씨름연맹에 대립각을 세워왔던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씨가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씨름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맹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만기 교수, 영구 제명 배경엔 뿌리깊은 반목
‘천하장사’ 이만기는 이제 더이상 씨름인이 아니다? 이만기의 사실상 별호인 ‘천하장사’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이만기 교수(인제대 사회체육학과)를 영구제명한 한국씨름연맹(총재 김재기)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씨름연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러한 2차 상벌위원회 소식이 알려진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까지 각각 500여건의 댓글과 비난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그동안 파행운영의 책임이 있는 씨름연맹이 개혁과 변화를 주문하는 이씨의 주장을 수용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씨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일부는 씨름연맹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만기씨 징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90%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자유게시판에서 김대식씨는 “패거리 정치에 물들어 기득권 유지에만 진력하다 무능과 나태로 한국 씨름을 파탄나게 한 사람들이 한국 씨름의 상징인 이만기씨를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댄다고 해서 영구제명했다”며 “한국 씨름을 죽이지 않으려면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부터 하고 발전적 해체를 하라”고 말했다. 문혜영씨는 “이만기씨는 씨름을 대변하는 하나의 대명사”라며 “씨름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 씨름연맹에 불편한 언행을 했다해도 영구제명이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hangtop21’도 “연맹이 씨름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참으로 모르겠다”며 “이만기씨가 협회에 반하는 발언 등을 했다고 해서 제명한다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며 영구제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 교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격려들이 쇄도했다. 장승수씨는 “이 교수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글을 남겼으며, 김명호씨는 “이만기씨 주도로 새로운 연맹을 창설해 씨름을 바꿔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맹은 “징계 완화는 없다”며 “이씨의 장사 타이틀도 박탈할 수 있다”고 추가 징계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

이만기 교수, 영구제명 배경엔 뿌리깊은 반목

연맹은 이씨의 징계사유로 1999년 이후 언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맹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을 들었다. 연맹은 4일 상벌위 규정 15조(업무방해·명예훼손·품위실추의 경우 무기한 자격정지를 내린다)을 들어, 이 교수가 유사단체인 한민족씨름위원회 창설과 이호웅 전 총재와 현 김재기 총재의 퇴진을 주도했고 2005년 김천대회에서 유인물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연맹에 대한 근거 없고 대안없는 비판으로 업무방해를 해 중징계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씨름연맹과 이씨가 회장으로 있는 민속씨름동우회 사이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숨어 있다. 2004년 이후 LG투자증권·신창건설 씨름단 해체와 민속씨름 주관방송사인 <한국방송>의 중계료 지급 중단 검토 등으로 존립 위기를 겪을 당시 동우회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씨름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반면 연맹은 프로팀와 아마실업팀을 묶어 단일 리그를 구상, 이씨의 연맹 비난은 계속됐고 골이 깊어졌다.

1983년 10월3일 제2회 천하장사대회에서 우승한 이만기의 모습. 연합뉴스
1983년 10월3일 제2회 천하장사대회에서 우승한 이만기의 모습. 연합뉴스
이만기씨는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에도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며 83년 제1대 천하장사를 비롯해 역대 최다인 10차례 천하장사 우승 기록 외에 한라장사 7차례, 백두장사 18에 오르며 한국씨름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91년 은퇴한 뒤에는 TV 해설위원과 인제대 교수로 선수들을 지도하며 씨름과의 인연을 이어 왔다. 98년에는 연맹 이사로 등록하며 연맹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99년 이봉걸 홍현욱 등 씨름 1세대가 주축이 된 한국민속씨름동우회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오경의·엄삼탁·김재기 전·현직 총재 퇴진을 요구하는 등 지난 7년간 연맹과 대립해 왔다. 제명을 당한 이씨는 향후 연맹의 각종 대회 및 행사에 참여할 수 없으며, 코치나 감독이 될 수도 없어 씨름 행정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려는 연맹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83년 씨름연맹 창립 이후 영구제명은 이씨가 최초다.

이만기·씨름동우회 연맹 징계에 ‘반발’

이만기씨는 연맹의 징계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씨는 4일 저녁 CBS라디오 파워스포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씨름연맹이 내세운 ‘2005년 김천장사대회 때 민속씨름동우회와 함께 허위사실 유포’ ‘유사단체인 한국민족씨름위원회 발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연맹의 존립 자체 부정’ 등의 징계사유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천대회 당시 플래카드를 거는 것에 관여하지 않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하는 것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이어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민족씨름위원회에는 단순히 300인의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씨름단의 해체를 막고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을 마련하자고 한 것이 비판이라면 앞으로 씨름계 앞날에 대해 누가 옳은 소리를 할 수 있겠나”며 착잡한 심정을 전하면서도 “제명을 당했지만 나는 영원한 씨름인이고 여기서 죽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씨름동우회와 논의를 거친 뒤 가까운 시일 안에 기자회견을 통해 대응책을 밝힐 예정이다.

씨름연맹 상벌위 “이씨가 ‘총재를 교도소 보내자’…말도 안되는 해명”

이에 대해 김수용 상벌위원장은 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씨의 영향력과 징계가 미칠 파장을 심각하게 고려했음에도, 연맹의 존립과 더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영구제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징계 완화는 없으며, 이씨의 대응에 따라 장사 자격을 박탈하는 추가 징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징계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씨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김천대회 당시 이씨가 ‘김재기 총재를 교도소로 보내자’는 플래카드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 그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되도록 했으며, 한국민족씨름위원회에도 발기인 대표로 서명·도장까지 다 찍었다”며 “협회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갖고 있는데도, 이씨는 현재까지 말도 안되는 해명만을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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