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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판 최고스타 이만기씨와 씨름연맹 파국의 전말

등록 2006-09-04 17:41

한국씨름연맹과 첨예하게 대립해 온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43.인제대 교수)씨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씨름연맹은 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만기씨가 그동안 근거없고 대안없는 비난만을 일삼으며 연맹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영구제명, 씨름판에서 쫓아냄에 따라 한동안 잠잠해 온 모래판에 돌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만기씨는 민속씨름이 출범한 1983년 제1대 천하장사를 비롯해 10차례나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했고 한라장사 7차례, 백두장사 18차례에 오르는 등 무수한 황소트로피를 차지한 최고 스타였다.

은퇴 이후에는 TV 해설위원과 대학교수로 선수들을 지도하며 모래판과 인연을 이어 왔다.

하지만 2004년 12월 프로팀인 LG투자증권 씨름단이 해체되고 2005년에는 TV 중계가 무산되면서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데 이어 올해에는 신창건설마저 해체되는 상황에서 이만기씨는 씨름연맹에 대해 비판을 계속해 왔다.

이만기씨는 "씨름연맹이 프로팀의 해체를 막지 못한데 대해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재기 총재는 물러나야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같은 대립은 2005년 6월말 열린 김천대회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이만기씨를 비롯한 민속씨름동우회 회원들은 대회장에서 김재기 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결국 씨름연맹은 이만기씨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만기씨는 상벌위원회에서 "씨름발전을 위해 씨름연맹을 비판한 것 뿐이다. 김천대회 때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도 내가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씨름연맹이 징계의 사유로 내세운 것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이만기씨가 연맹을 부정하고 유사단체인 한국민족씨름위원회를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만기씨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고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상벌위원회에 참가했던 한 위원은 "연맹의 해명 요구에 대해 이만기씨가 부인으로만 일관했을 뿐 아니라 연맹의 품위를 실추시킨데 대해 뉘우침도 없었다"고 말해 감정의 골이 돌이킬수 없이 깊어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욱이 씨름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만기씨가 보유하고 있는 민속씨름 장사 타이틀에 대해 "오늘 상벌위원회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 문제도(타이틀 박탈)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 추가 징계가 논의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태에 대해 팬들의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속씨름의 스타인 이만기씨의 비판을 받아 들이지 않고 영구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둔 연맹의 조치를 이해할 수 있는 팬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내부 갈등과 대회 중단 때문에 파행 운영됐던 민속씨름이 최근에서야 지자체팀들과 함께 판을 다시 벌이며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를 징계해 분위기 쇄신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씨름연맹 관계자는 "민속씨름 최고의 스타를 징계한다는데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만기씨는 근거없는 비난만을 함으로써 씨름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는 행동만을 해왔다"며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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