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승, 천하의 산체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 시즌 프로당구 ‘스페인 특급’ 다니엘 산체스(와이에스)가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3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응고 딘 나이(SK렌터카)를 3-0(15:0 15:4 15:6)으로 완파하고 64강에 진출했다. 3번째 투어 출전 만에 1승을 거둔 산체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산체스는 올 시즌 프로당구의 가장 주목받는 새 얼굴이다. 세계 3쿠션 당구계의 최강자 가운데 하나로 국내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는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다비드 산체스(블루원리조트) 등 스페인 출신 강호들의 대부격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라도 경기 환경이 완전히 다른 피비에이 무대에서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세트제, 뱅크샷 2점를 비롯해 공과 테이블까지 낯선 것이 사실이었다. 그 결과 1~2차 투어 1라운드인 128강전에서 연속 탈락하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이날도 피비에이 무대 선배격인 응고 딘 나이를 만나 첫 고비를 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응고 딘 나이는 피비에이 무대에서 한 차례 결승전까지 오른 선수다.
하지만 산체스의 집중력 강한 플레이에 응고 딘 나이는 손써볼 겨를도 없이 당했다.
산체스는 이날 1세트 하이런 10점으로 응고 딘 나이를 몰아붙이며 완승을 거뒀고, 2~3세트에서도 하이런 7개, 6개를 터트리는 등 특유의 장타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현란한 2점 뱅크샷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며 성큼성큼 달아났고, 애버리지 2.250을 기록하는 모습에서는 계약 불발로 올 시즌을 접은 프레데리크 쿠드롱의 활약을 연상케했다. ‘고수의 향기’가 넘치는 산체스가 쿠드롱 없는 피비에이 무대를 어떻게 장악해나갈지 팬들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해설위원은 “산체스나 세미 세이기너 등 올 시즌 피비에이 무대에 데뷔한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이 시상대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한편 세이기너(휴온스)도 128강전에서 권익중을 3-0으로 제치고 64강에 올랐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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