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찰리 로우 감독 “럭비는 하나의 음악”…전략·전술을 지휘하다

등록 2023-02-22 08:00수정 2023-02-22 09:18

[2023, 올해도 뛴다] 찰리 로우 럭비 국가대표팀 감독
남아공 출신의 찰리 로우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밖에서 자신의 럭비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남아공 출신의 찰리 로우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밖에서 자신의 럭비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남아공 출신의 찰리 로우(58) 한국 럭비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내 럭비계에서는 전략·전술의 대가로 꼽힌다. 과거에도 외국인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적이 있지만 유소년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체계적인 선수육성과 발굴을 기획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2020 도쿄올림픽 7인제 본선에 나갔을 때 코치였고, 2021년말 감독으로 부임해 2022 남아공월드컵으로 한국팀을 이끈 그는 올해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지난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있는 대한럭비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로우 감독의 코칭 철학. 도쿄올림픽 당시 “이 분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라는 말을 선수들에게 들었고, 최근엔 “대표팀에서 탈락한 선수에게 20분간 이유를 설명한” 지도자로 그는 알려져 있다.

생각이 깊은 듯한 미소가 특징인 로우 감독은 가장 먼저 정직성을 내세웠다. 그는 “선수들이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내야 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할 권리를 중시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다. 선수들은 감독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감독은 함께 풀어야 한다. 풀 수 없다면, 그땐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가 대표팀에서 탈락한 선수에게 오랫동안 얘기하는 것도 이런 신뢰에서 나온다. 그는 “대표팀은 열심히 하는 선수가 아니라 최고의 선수를 뽑는 곳이다. 내 요구사항에 맞추지 못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키면, 선수는 자기를 돌아보고 다시 도전하게 된다”고 했다.

세세한 부분에서는 기술, 심리, 감정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그가 활용하는 것은 비디오 분석이다. 그는 “대표팀 훈련 때 매일 팀 미팅을 하고, 주 1회 개인 면담을 한다. 모두 비디오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선수가 행복하면 5분이면 끝나지만, 행복하지 않으면 20분 이상 얘기한다. 24명을 하면 6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위한 ‘매의 눈’은 관찰력에서 나온다. 그는 “럭비는 하나의 음악과 같다. 그 흐름을 읽으면 경기 전체를 복기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선수들이 실수를 반복하면 어떻게 할까. 그는 “두 번까지는 넘어간다. 하지만 3번이라면 심각해진다.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정해놓은 규칙은 코치진도 예외 없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는 “팀은 가족이 돼야 하고, 정직하고,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남아공 출신의 찰리 로우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밖에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아공 출신의 찰리 로우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밖에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 실업과 대학팀을 지휘해본 그는 한·일 럭비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럭비 선수들은 남아공이나 일본, 한국이나 다 똑같다. 모두 열정이 있고 열심히 한다”고 했다. 다만 체격이나 재능에서 밀리지 않는 한국의 잠재력 큰 선수들이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기를 바랐다.

그는 “고등학교 경기를 보면 욕심나는 선수가 있다. 지금은 패스나 공 잡는 게 서투르지만 잘 가르치면 좋은 선수가 될 게 분명하다. 대표팀의 한건규 선수는 2019년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지금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고 예를 들었다.

로우 감독은 청소년 선수의 육성을 위해 고교 지도자를 위한 코칭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2월말이면 전국의 청소년 럭비 지도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그는 “34년 가르친 노하우를 프로그램에 모두 담았다. 럭비는 생각의 스포츠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럭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로우 감독은 4월 월드럭비 챌린저스 시리즈, 9월 아시안게임, 11월 올림픽 예선전 등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등록선수가 1000명 안팎, 실업팀 선수는 수십명인 상황에서 선수 자원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4월 챌린지 대회에는 핵심 자원 외에 가능성이 큰 젊은 선수들을 여럿 발탁해 데려갈 예정이다.

물론 한정된 자원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까닭에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이나 집행부에 쉴 새 없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내가 한국에 온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과의 정 때문”이라고 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 럭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때문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시너, 2연속 호주오픈 정상…통산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1.

시너, 2연속 호주오픈 정상…통산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커제, 엘지배 ‘에티켓 실수’로 패배…‘논란의 룰’로 파행 2.

커제, 엘지배 ‘에티켓 실수’로 패배…‘논란의 룰’로 파행

영화 ‘국가대표’ 실제 주인공들 “23년째 국가대표” 3.

영화 ‘국가대표’ 실제 주인공들 “23년째 국가대표”

두산, KT와 더블헤더 휩쓸고 8연승 휘파람 4.

두산, KT와 더블헤더 휩쓸고 8연승 휘파람

프랑스, 토고전 앙리-트레제게 투톱 5.

프랑스, 토고전 앙리-트레제게 투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