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페퍼저축은행 감독 대행과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부진이 심상치 않다. 벌써 개막 15연패다. 이미 종전 개막 최다 연패 기록(11연패)을 넘어섰고,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 기록(20연패)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개막 10연패 당시 김형실 초대 사령탑이 “이대로 가다간 20연패가 나올 수 있겠다”라며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지난달 29일 자진 사퇴했지만, 이후 5패를 더 추가했다. 좀처럼 연패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유독’ 부진한 건 아니다. 지난 시즌 창단해 바로 V리그 여자부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은 애초 고생길이 예정돼있었다. 선수층도 얕은 데다가 승부를 결정할 만한 확실한 에이스도 없다. 더욱이 아직 새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해 대행 체제로 있다.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감독 대행은 “연패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고액 연봉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적은 선수 위주로 경기하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문제는 창단 뒤 1년이 지난 만큼 기대치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뒤 한국도로공사에서 실력파 세터 이고은(27)을 영입했다. 지난 7월 일본으로 창단 첫 국외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김형실 전 감독 또한 이번 시즌 목표를 10승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6경기(1라운드 마지막 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던 지난 시즌보다 더 부진한 모습이다. 세트당 득점(19.6→19.2), 공격성공률(35.93%→33.42%) 등 지표도 대체로 하락했다.
외부 상황이 변한 탓도 있다.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였던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이 올 시즌 본궤도에 올랐다. 둘은 지난 시즌 3승을 거둔 페퍼저축은행이 승리를 따낸 ‘유이한’ 팀이다. 팀 내홍으로 혼란에 빠져 페퍼저축은행에 2승을 내줬던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 부임 뒤 안정을 찾았다. 3승째를 내줬던 흥국생명 역시 김연경 합류 뒤 리그 2위(종전 6위)에 오르며 우승 후보로 거듭났다.
그나마 무력하게 ‘영패’를 당하는 경우가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다. 창단 시즌과 올 시즌 리그 초반 15경기를 보면, 페퍼저축은행은 각각 11세트를 따냈다. 다만 첫 시즌엔 5세트가 기업은행전 승리였다. 반면 올 시즌은 기업은행에 2세트를 따낸 게 전부다. 0-3 패배 경기도 5경기로 지난 시즌(8경기)보다 줄었다. 지에스(GS)칼텍스에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엔 6개 구단 모두에 최소 1세트는 따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