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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워싱’ 러시아, 이를 감싸는 IOC [이준희의 여기 VAR]

등록 2022-10-26 16:11수정 2022-10-27 02:32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올림픽 레거시 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올림픽 레거시 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던 러시아가 2026 파리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복귀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첫 무대가 서울이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는 18∼21일 서울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에 참석했다. 라트비아, 폴란드 등 유럽 9개 나라 올림픽위원회가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른바 ‘스포츠계 유엔 총회’에 참여한 러시아는 거침없었다. 러시아는 이번 총회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리, 페루 국가올림픽위원회와 협력 각서에 서명하기로 했다. 모리타니, 나미비아, 한국(대한체육회)과도 만났다. 한국을 제외하면 주로 미국과 거리가 있는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다. 러시아가 스포츠를 통해 외교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한 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는 러시아를 감쌌다.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 “러시아와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는 여전히 아이오시 승인 아래 있기 때문에 총회 참가 자격이 있다”고 했다.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은 “러시아 정부의 행위를 이유로 러시아인 모두를 같은 잣대로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1년 7월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8강 전희숙(왼쪽)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데리글라조바의 경기 모습. 러시아는 2019년 도핑 샘플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2년간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국가명이나 국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도쿄/연합뉴스.
2021년 7월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8강 전희숙(왼쪽)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데리글라조바의 경기 모습. 러시아는 2019년 도핑 샘플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2년간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국가명이나 국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도쿄/연합뉴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스포츠-정치 분리 원칙이다. 바흐 위원장은 앞서 9월30일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정권과 거리를 둔 러시아 선수들은 중립국 선수 자격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러시아 선수들의 복귀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이오시는 현재 각 종목 연맹에 러시아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제재하라는 권고를 내린 상태다.

반대도 거세다. 한스 나토르포 덴마크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 쪽이 지난 6월 모스크바 청소년올림픽 모습 등이 담긴 영상 발표를 진행하자 퇴장했다. “이번 발표는 러시아에 대한 부적절한 선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러시아가 스포츠, 아이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자국 이미지를 세탁하는 정치 선전을 펼쳤다는 지적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스포츠와 올림픽을 전쟁에 이용했다. 푸틴은 2008 베이징여름올림픽 개막식 참석 뒤 조지아를 침공했다.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겨울올림픽 땐 폐막 며칠 뒤 기습적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때도 푸틴은 대회 개막에 맞춰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뒤 대회가 끝나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신화 연합뉴스

그런데도 아이오시가 러시아를 퇴출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으로 보인다. 갈수록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곳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2038년 여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히는 등 여전히 국제대회 개최에 적극적인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다. 최근 국제 스포츠에서 중국(올림픽), 카타르(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LIV) 등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파리올림픽 예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바흐 위원장은 이번 서울 총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병합한 점을 비판하며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총회 참여로 이러한 제재 국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과연 다음 올림픽에서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아닌 온전히 ‘러시아’라는 국가 이름을 쓰는 선수들을 볼 수 있을까. 아이오시에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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