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스포츠의 전성현(왼쪽부터), 김강선,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이사,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 김승기 감독, 이정현이 28일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KBL)센터에서 열린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구대통령’ 구단주와 ‘우승청부사’ 감독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고양 데이원스포츠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섰다.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 가운데 신생 농구팀의 지휘봉을 잡은 초대 감독은 “3년 안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하는 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신중한 출사표를 밝혔고, 초대 구단주는 “조심스럽게 출발하는 데이원스포츠 구단이 어떻게 운영하고 팬들에게 다가갈지 지켜봐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프로농구(KBL) 원년 구단인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스포츠는 2022∼2023시즌부터 정규리그에 참여하는 새내기 팀이다. 허재를 스포츠 총괄 대표(구단주)로 앉히며 2018년 대표팀 감독 이후 4년여 만에 농구계에 복귀시키고,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에서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는 등 야심 찬 행보 하나하나 화제가 됐다. 팀이 베일을 벗는 2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허재 대표, 김승기 감독 등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 새 출발의 포부를 알렸다.
허재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왼쪽)와 김승기 감독. 연합뉴스
김 감독은 “지금 이 팀은 멤버 구성상 우승할 수 있는 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우승할 수 있는 팀까지 성장시키는데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때까지 대표님들이 약속대로 투자해주면 그때 우승하겠다고 큰소리치겠다. 올해 목표는 6강”이라고 냉철한 다짐을 내놨다. 데이원스포츠는 김 감독과 함께 이번 에어컨리그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특급 슈터 전성현을 데려왔지만 이승현(전주 KCC), 이대성(대구 한국가스공사)을 내줬다. 오리온 시절 앞선과 뒷선의 핵심이 모두 빠진 셈이다.
‘성장’에 방점을 찍은 김 감독은 “(전)성현이가 선봉장으로 서고 이정현이 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3점 3.8개(성공률 40%)로 손끝이 불타올랐던 전성현과 데뷔 시즌 신인왕을 다투며 화려한 솔로 플레이와 도발적인 세리머니로
팬들의 마음을 훔친 이정현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간담회에 동석한 전성현은 새로운 고액 연봉(7억5000만원)에 맞춰 ‘경기당 3점 7개를 던져 5개 정도 성공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6개는 넣어야 욕 안 먹을 것 같다”며 넉살 좋은 자신감을 표했다.
김 감독의 ‘3년 대계’에 “2년 있다가 우승 못하면 다른 팀 가야 된다”는 농을 얹으며 회견장을 웃긴 허재 대표는 구단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을 자신했다. 허 대표는 “농구계로 돌아오고 싶어도 3년 동안 불러주는 데가 없었는데 데이원이 찾아줘 기뻤다”며 “다른 구단 대표들은 경기장에 잘 안 가는데 홈·어웨이 어느 경기든 시간 되는 대로 찾아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활동 병행에 대해서도 “구단이나 프로농구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할 거다. 그만한 홍보가 없다”고 했다.
10월15일 개막하는 프로농구 새 시즌은 올해보다 더 빡빡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디펜딩챔피언 서울 에스케이(SK)는 ‘빅3’가 건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케이씨씨, 창원 엘지(LG), 서울 삼성, 원주 디비(DB) 등은 대대적인 보강으로 심기일전했다. 이대성, 머피 할로웨이 등을 충원한 가스공사의 전열도 만만치 않다. 확대된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들어온 필리핀 선수들의 활약 여부 역시 변수다. 데이원스포츠는 필리핀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새 시즌 돌풍의 팀을 꿈꾸는 데이원스포츠는 다음달 25일 창단식을 열고 공식 팀 명과 유니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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