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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한국인 어머니의 집념 ‘미슈퍼스타’ 탄생시켰다

등록 2006-02-12 15:25

"미국 슈퍼볼 영웅이 탄생하기까진 한국인 어머니 특유의 강한 집념과 꿈이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 내 아들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한국인 어머니의 강한 집념과 모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하인스 워드는 없었다고 미 교민사회는 11일 입을 모았다.

단순히 제40회 슈퍼볼 MVP를 넘어 감동적인 인생 성공 스토리를 일구어 내고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하인스와 김영희씨 모자.

흑인과 한국인의 피를 반반씩 물려받은 혼혈아라는 자괴감으로 자꾸만 옆길로 벗어나려는 아들에게 김씨는 때로는 회초리로, 때로는 설득으로, 때로는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는 언제나 아들에게 "겸손하라" "모든 것에 감사하라"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리켰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아온 한국계 흑인 소년이 '미래의 미국 풋볼 MVP'가 되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미국 언론과 국민들은 연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뭐진 하인스 모자의 처절한 인생 얘기는 감동의 스토리에 목말라 있는 미국인들에게 잊혀져 가던 도전과 모험, 희생 정신, 가족 사랑이 뭔지를 한번쯤 반추해보는 계기를 제공한 탓으로 보인다.

이젠 미 광고업계가 덜썩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그를 만나고 싶어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현해탄을 넘어 한국에서의 열광적인 분위기도 결코 미국 못지 않다.

어쨌거나 오늘의 하인스를 만든 데는 어머니 김씨의 헌신적인 희생과 집념, 교육열 등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작용한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인스는 1976년 주한미군이던 하인스 워드 시니어와 클럽 가수였던 어머니 김영희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김씨는 하인스가 태어난 얼마후 도미했지만 곧 파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영어는 물론 미국 생활에 익숙지 못했던 김씨는 아들과 떨어져 있다가 하인스가 7세였던 1983년 법적 투쟁을 통해 극적 상봉을 할 수 있었다.

왜소하고 황색 피부색을 가진 어머니가 수치스러웠던 하인스는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나타나면 부끄러워 도망을 가던 아이였다.

그러나 김씨의 헌신적 희생과 채찍질은 하인스를 변화시켰다. 김씨는 애틀랜타 공항에서 접시를 닦고, 호텔 청소, 식료품 가게 점원 등 하루 16시간을 일하며 오직 아들만을 위해 자기를 철저히 희생했다.

억척스런 한국인 어머니가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역경과 인고의 세월이었다.

어느날 문득 하인스는 피곤해 곯아떨어진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은 남루한 옷을 입으면서도 아들에게만큼은 좋은 옷과 신발을 입히려 기를 쓰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떨구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비참한 인생에 대한 반발심, 자기를 업신여기는 사회에 대한 복수심 , 아들을 통한 대리만족 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들을 성공시키겠다는 한국인 어머니의 강한 집념과 열의가 더 컸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 철저한 희생 정신은 아들 하인스를 서서히 변화시켰다. 풋볼을 하면서도 책을 결코 멀리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겸손과 자제력을 배웠다.

그래서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고, 4년간 267억원의 팀 역대 최고액 계약 선수, 4년 연속 캐치 1000야드 전진, 4년 연속 NFL(미프로풋볼리그)올스타전인 프로보울 출전, 피츠버그 개인 통산 최다 리시브의 놀라운 기량에도 불구, 남들 앞에서 결코 우쭐해하거나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덩치가 곱절이나 큰 선수들에게 받치거나 태클을 당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이 애틀랜타 자택을 예고없이 들이닥쳐도 환한 미소로서 대답했다.

그리고 하인스는 열심히 공부했다. 운동 못지 않게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인식됐다. 조지아대학 졸업 당시 역대 풋볼 선수로서는 최고인 평균 86.7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어찌보면 하인스는 어머니의 분신이었다. 하인스가 "내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everything)이다. 흔들릴 땐 언제나 영감(inspiration)을 제공했다"고 말하는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과 헌신 덕에 아들 하인스는 정말 반듯하게 자랐다. 한국과 한국 교민사회에 대한 그의 열의도 대단하다.

팔뚝에 '하인즈 워드'라는 한국어 문신을 새기고 다니며, 아들에겐 한국어를 가르키겠다고 한다.

어머니 명의로 재단을 만들어 한국계 2세들을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간 자기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한인사회에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로 발돔움했으면서도 결코 자만하거나 거만하지 않는 하인스의 행동과 품성은 30년 가까이 밑바닥 인생을 지내온 어머니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애틀랜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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