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어 좋다.”
10개월의 투병과 1년여의 재활.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일본의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21)는 이달 초 계영 200m 일본 신기록을 세운 뒤 지난 2년 반의 시간을 돌아보며, “정말 힘들었지만, 살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케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6관왕에 오른 기대주였다. 여성 최초로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MVP)상도 받았다. 그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간판으로 도약할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은 그의 무대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9년 초 백혈병으로 진단됐고,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본인도 항암치료를 받는 등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독하게 마음먹어도 다음 올림픽 무대는 2024년 파리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3살 때 수영을 시작한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굴의 투혼을 발휘했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된 것도 의욕을 자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복귀전을 치른 뒤 가파른 회복으로 1년도 채 안 된 올 4월 올림픽 시범경기에서 자유형 50·100m, 접영 50·100m 우승을 차지했다. 이달 4일 열린 여자 200m 계영에서는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 계영 400m, 혼계영 400m에 출전한다. 24일 오후 열릴 여자 계영 400m 예선이 이케에의 이번 대회 첫 경기다. 비록 개인전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팀 동료들은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케에는 최근 <교도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태는 상당히 좋다. 내가 출전하는 단체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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