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27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퀘스트 포 골드 세븐스’ 대회의 한국 럭비 대표팀 선수들 입장 장면. 대한럭비협회 제공
한국 럭비가 올림픽 예비고사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희망도 얻었다.
서천오 감독이 이끄는 럭비대표팀은 지난 26~27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국, 미국, 아르헨티나, 영국 4개국 팀의 ‘퀘스트 포 골드 세븐스’(Quest for Gold 7s) 대회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한 뒤 28일 저녁 귀국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두 차례 대결에서는 영패(0-49, 0-55)를 했고, 미국전(7-42, 7-24)과 영국전(5-54, 10-26)에서도 완패했다. 모두 2020 도쿄올림픽에 진출한 팀으로, 한국이 세계 수준과 어느 정도 격차인지 실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서천오 감독은 “체격과 체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데 당해내기가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낙담할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올림픽 엔트리 13명보다 훨씬 많은 18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갔고, 9명씩 두 팀으로 나눠 경기에 투입했다. 당연히 베스트 멤버로 구성된 완전한 팀으로 나서지 못했다. 서천오 감독은 “선수의 면면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였다. 부상 선수들도 나왔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곧 올림픽 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는 7득점씩을 해냈고, 영국과의 경기에서도 트라이에 성공했다. 서천오 감독은 “아시아권 국가로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그래도 득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소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12개 출전국 가운데 A조(한국,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에 묶였다. 워낙 저변이 열악한 한국으로서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대표팀이 2019년말 올림픽 진출권을 딴 뒤 전략 부재로 1년 가까이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을 받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지난 3월 열린 2021 코리아 럭비 리그 3차 대회에서 포스코건설과 현대글로비스 선수들이 대결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올해 취임한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가장 먼저 선수들을 진천 선수촌에 입촌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했다. 대한럭비협회는 또 한국의 올림픽 진출권 획득에 큰 공을 세운 찰리 로우를 상근 기술고문으로 4월 영입해 대표팀에서부터 학교 럭비팀까지 일관된 기술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 포상금을 제시하는 등 마지막 힘까지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서천오 감독은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마친 뒤 진천 선수촌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할 것이다. 선수들도 성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