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 도중 땀을 닦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빡빡한 월드컵 일정이 결국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피파(FIFA) 순위 1위 브라질의 개인기를 막지 못한 데다 조별리그 3차전 이후 74시간 만에 경기에 나서면서 ‘체력 고갈’이라는 악재까지 덮친 탓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여느 월드컵 때보다 대회 기간이 짧다. 이번 대회 총 기간은 29일로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이상 32일)보다 3일이나 짧다. 한일월드컵(2002년), 독일(2006년), 남아공(2010년·이상 31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이틀이 줄었다. 〈디 애슬레틱〉은 이에 대해 “카타르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유럽리그를 재개해야만 한다는 압박으로 월드컵 기간을 축약했다”고 보도했다. 사상 처음으로 유럽리그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겨울월드컵의 파장이 대회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 것.
국가별로 3차례 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 일정은 특히 빡빡했다. 지난 러시아, 브라질 대회 때는 조별리그가 2주간 진행됐는데, 이번 대회의 경우 12일로 이틀이나 줄었다. 게다가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가 끝난 다음 토너먼트를 시작하기 전 하루의 휴식일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16강전에 돌입했다. 한국이 지난 3일(한국시각) 포르투갈과 경기를 마친 뒤 6일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러야 했던 이유다.
촉박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선수들은 체력 고갈에 시달렸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브라질과 경기가 끝난 뒤 “지금 너무 힘든 건 사실”이라며 “지난 포르투갈과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결과가 주는 행복감에 힘든 줄 모르고 회복이 금방 될 거라고 준비했는데 많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빡빡한 일정’을 문제 삼으며 사태를 예견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4일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과거 월드컵을 돌아보면 조별리그 끝나고 72시간 뒤(실제로는 74시간)에 바로 경기하는 걸 못 봤다. 이처럼 짧은 간격으로 경기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체력 변수’를 고려한 브라질은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라인업을 대부분 교체해 주전 선수를 쉬게 했다. 16강전 진출이 확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16강에 오르기 위해 혈투를 치른 한국과는 다른 운용이 가능했던 셈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등도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때 주전급을 뺐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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