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수도 리야드의 한 어린 축구팬이 승리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전반 10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축구 팬들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대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포백 수비라인이 촘촘했다. 전반에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7차례 나왔고,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은 점점 지쳐갔다. 루사일 스타디움의 공기는 서서히 바뀌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 연달아 두 골을 넣으며 ‘루사일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22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A매치 36경기 무패를 이어오던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자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열광했다. 현지에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흐만 아베드 기자는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
믿을 수 없고, 놀랍고, 환상적”이라면서 “오늘의 승리는 사우디에 큰 의미가 있다. 월드컵에 참가한 모든 아랍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메시의 맞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호우’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장면이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대학들은 오후 휴강을 했고 사우디 국민은 레스토랑과 카페 곳곳에 모여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이에스피엔〉(ESPN) 등 외신은 “살만 국왕이 카타르월드컵에서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꺾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음날(23일)을 공휴일(public holiday)로 선포했다. 공휴일은 모든 공무원과 민간 부문, 모든 교육 단계의 남녀 학생을 위한 것이라고 사우디 정부가 발표했다”고도 전했다. 살만 국왕은 이날 경기를 참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아르헨티나는 절망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축구 잡지 〈올레〉는 “전 세계적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패배”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었다. 반면 축구 맞수인 브라질에서는 “정말 창피하다, 아르헨티나”라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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