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8일 열린 월드컵 F조 첫 경기 스웨덴전이 끝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영일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단장은 최근 사석에서 김민우(28·상주 상무) 얘기를 하다 진짜 감정이 복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눈물까지 흘리진 않았지만, 코끝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는데 보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다 큰 선수가 왜 웁니까? 제발 울지 말라고 말해 주세요”라며 화제를 돌렸지만 선배나 동료 등 축구인들이 느끼는 아픔을 실감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축구 선수들이 우는 장면이 낯선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교, 대학, 심지어 프로팀 선수들도 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이 탈락했을 때 대표팀의 손흥민은 울음보를 터뜨렸다.
김민우는 18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F조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교체로 투입된 마당에 골을 내주는 빌미가 됐으니 당장 동료들한테 미안했을 것이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도 컸다. 페널티킥 이후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안쓰럽기조차 했다. 최영일 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모두 다 그만큼 간절하게 준비했다는 징표”라고 해석했다. 다만 기술적으로 태클을 걸 때의 문제점은 지적했다. “수비수의 태클은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100% 성공 확신이 있을 때만 들어가야 한다. 100%가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김민우도 크게 배웠을 것이다.
월드컵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출전한다. 조별리그 D조 크로아티아는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 신바람을 낸 팀이다. 하지만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30·AC밀란)는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불평하다가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반대로 김민우처럼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를 해도 미안함에 눈물을 글썽이는 선수도 있다.
축구인들은 김민우가 개인을 위해 뛰었다면 굳이 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팬들이 김민우를 탓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여러 부족한 점을 드러냈지만, 월드컵 한 경기 한 경기에 인생을 걸고 전심전력하는 팀 분위기를 일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로스토프나도누/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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