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큰 목소리로 지시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연합뉴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
‘난놈' 신태용 감독이 가장 어려운 고비였던 멕시코전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재점화했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팀은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주경기장에서 열린 C조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1-0)에서 후반 32분 터진 권창훈의 극적인 골로 8강에 안착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른다고 하지만, 멕시코의 예봉이 워낙 날카로워 권창훈의 골이 없었다면 8강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처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했다. 어려운 순간을 넘어섰기에 이제 반등하는 일만 남은 것과 같다.
신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런 경기가 가장 힘들다. 스스로 이겨야한다고 말하지만, 심리적으로 비겨도 올라간다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공격수를 믿었던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안정환 해설위원도 “이기겠다고 덤벼들어도 심리적으로 비겨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 느슨해질 수 있다”며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 만큼 멕시코전은 상당히 까다로운 경기였다.
실제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인 주문에도 수비 쪽으로 내려오는 등 평소의 경쾌한 패스축구나 공격축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 감독은 “후반 들어서는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패싱게임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선수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도 통했다. 신 감독은 후반 26분 류승우 대신 최전방 요원인 석현준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형태를 중시했다. 결국 6분 뒤 권창훈이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균형을 깼다.
신 감독은 8강전 상대인 온두라스에 대해, “6월 한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를 통해 경험한 상대다.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온두라스도 우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도 좋은 팀이다. 8강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6월 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양 팀은 2-2로 비겼다. 신 감독은 “(D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하면서 골을 넣은 것을 감안하면 4개국 친선대회 때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온두라스는 D조에서 1승1무1패로 8강에 올랐다. 알제리와의 첫 경기에서 3-2로 이긴 뒤, 포르투갈에 1-2로 졌고, 마지막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1-1로 비겼다. 2승1무로 진출한 한국이 조별리그 전적에서는 앞선다. “(14일 오전) 8강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에는 힘이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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