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황희찬(11번)이 8일(한국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C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이번 대회 결장한 송주훈의 4번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일본 J리그 미토 홀리호크에서 뛰는 송주훈은 대표팀 소집 직전 발가락 부상으로 제외됐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질질 끌려가는 경기는 없다. ‘강 대 강’으로 맞부닥치고 속사포처럼 쏜다. 힘뿐 아니라 속도와 결정력을 갖춘 진화된 축구는 팬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공격은 더 바랄 나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손흥민, 황희찬, 석현준 등 해외파 공격 3인방의 파괴력은 신태용 감독을 만나 폭발하고 있다.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8일(한국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 리우올림픽 C조 2차전 무승부(3-3) 뒤, “공격 라인은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 만족한다”고 호평했다. 한국 올림픽팀은 이날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전반 25분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고, 1-2로 끌려가던 후반 12분에는 경쾌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린 손흥민(토트넘)의 동점골로 균형을 잡았다. 교체 투입된 석현준도 후반 42분 추가포로 막강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체격적으로 높이를 갖춘 까다로운 독일(성인팀 피파 랭킹 4위)을 상대로 우리 식의 경기를 했다.
공격 자원이 늘 100%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선수와의 ‘밀당’과 전술의 임기응변, 전력 분석에 바탕한 철저한 준비로 판을 휘어잡는다. 이날 양팀 선수 가운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손흥민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 가담까지 자신의 힘을 아낌없이 그라운드에 쏟았다. 독일전을 앞두고 “분데스리가를 잘 아는 손흥민이 앞에서 끌어줘야 한다”며 책임감과 함께 신뢰를 안기면서 손흥민을 더 뛰도록 만든 것도 한몫했다. 손흥민은 후반 초반 역전골을 허용한 뒤 2분 만인 12분 멍군을 부르는 통렬한 골로 자칫 가라앉을 뻔했던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20살 막내 황희찬의 당돌한 플레이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끼를 발산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늘 새로운 플레이를 강조한다. 묘기축구의 달인을 찾아가 볼 컨트롤 비법을 전수받을 정도로 노력파인 황희찬은 덩치가 큰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주눅드는 법이 없다. 전반 초반 보여준 30m 드리블 돌파는 그의 야성을 상징한다. 황희찬은 그동안의 도우미 역할에서 벗어나 이날 골맛을 보면서 11일 멕시코와의 C조 일전을 앞두고 감각을 끌어올렸다.
후반 30분 석현준 카드를 꺼낸 것도 절묘했다. 신태용 감독은 가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을 배치한다. 1차전 피지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류승우(레버쿠젠)도 석현준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이전 경기의 성과와 상관없이, 당장 맞서는 상대팀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기용하는 실용주의의 단면이다. 문창진, 권창훈 등 선발진을 빼고 석현준과 류승우를 투입한 전술적 변화는 석현준의 득점포로 효과를 입증받았다. 석현준은 측면을 파고든 이슬찬(전남)의 크로스가 골키퍼 손에 맞고 튕겨오자 지체 없이 넘어지면서 차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의 압박과 침투 패스, 제공권을 의식해 장현수(광저우)와 박용우(FC서울) 등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했다가, 후반 중앙 수비수 최규백(전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장현수를 내리고, 이찬동(광주FC)을 가동한 것 역시 ‘여우’의 임기응변을 보여준다. 이찬동은 지난달 25일 이라크와의 평가전 부상 탓에 피지전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투입돼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고, 18명의 제한된 엔트리로 행군해야 하는 올림픽팀은 가용 자원의 폭을 높였다.
막판 추가시간 3분 중 1분을 버티지 못해 상대 나브리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역대 올림픽팀 최고의 경기의 하나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이겼더라면 잡을 수 있었던 8강행 티켓을 놓친 신태용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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