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소개때 인공기 대신 표시
피파 “실수” 사과 뒤 경기 시작
김성희 2골, 콜롬비아에 완승
피파 “실수” 사과 뒤 경기 시작
김성희 2골, 콜롬비아에 완승
경기 시작 시간이 65분이나 지연됐다. 북한 선수를 소개하는 전광판에 태극기가 표시되자, 북한 선수단이 입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가 남조선에서 왔느냐. 선수들이 화가 났다”며 “국기 문제를 바로잡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하지 않으면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항의했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이 전광판 국기를 인공기로 바꾸고, “실수였다”고 해명한 뒤에야 경기가 시작됐다.
26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던파크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북한(세계 8위)과 콜롬비아(28위)의 G조 조별리그 1차전. 외신들이 “북한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보도할 만큼, 북한의 2-0 완승이었다. 주역은 2골을 넣은 공격수 김성희(25)였다. 전반 39분 골문 앞에서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되받아쳐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40분엔 골키퍼가 쳐낸 공을 왼발 터닝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박았다.
김성희는 2006년 20살 이하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북한이 중국을 5-0으로 꺾을 당시 3골을 넣었다. ‘실버슈’(5골·득점 2위)를 수상했고, 북한에서 ‘노력영웅’ 칭호도 받았다. 그를 포함한 당시 여자대표팀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우리여자축구팀>이 북한에 방영되기도 했다.
김성희의 2골로 1차전 승리를 거둔 북한은 8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는 4개 팀씩 3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 1~2위와, 각 조 3위 중 골득실·다득점에서 앞선 2개 팀이 8강에 오른다. 런던에 10개 종목 56명의 선수를 보낸 북한은 여자축구·역도·유도·레슬링 등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여자축구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순 없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1차전 승리 뒤 내리 2경기에서 패해 탈락한 경험이 있다. 선수 5명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걸려 국제적 망신을 샀던 지난해 독일여자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북한은 미국(세계 1위)에 2-4로 진 프랑스(6위)와 29일 8강 진출을 가름할 2차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신의근 북한 감독은 ‘국기 소동’과 관련해 “남조선 국기와 함께 소개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경기에 이겼다고 보상될 일이 아니다”라며 불쾌해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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