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8일 대형전광판을 통해 중국 선수단이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것을 보자 오성홍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중, 카메룬 일방적 응원
“반한감정 표출” 분석도
“반한감정 표출” 분석도
“질투일까, 반한감정일까?”
7일 한국과 카메룬의 올림픽 축구 예선 경기를 지켜본 중국 친황다오의 한 교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친황다오 올림픽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중국 관중들은 “힘내라 카메룬”(짜요우 카메룬)을 외치며 일방적으로 카메룬 팀을 응원했다. 카메룬 팀이 공을 잡고 있을 때나 슛을 날릴 때마다 ‘짜요우, 짜요우’ 함성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한국 응원단의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함성을 포위하는 기세였다. 이날 2만1천여명의 관중 가운데 한국 응원단은 5천여명, 중국 관중은 1만6천명 정도였다. 반면, 한국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정성룡 골키퍼가 중간에 장갑을 벗고 손을 치료하는 동안이나 카메룬 선수가 퇴장당하는 순간에는 한국 팀을 향해 여러 번 야유를 보냈다.
응원에 참가했던 친황다오 한국교민회의 한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왜 자기 팀도 아닌데 저렇게 일방적으로 응원을 하는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팀이 승리하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자 바로 옆에 있던 중국 관중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한 질투심과 최근 반한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10일 이탈리아와의 경기 때 우리가 목이 터져라 응원해도 제대로 될지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중국에게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와 한국이 경기를 벌일 10일 입장권은 중국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찌감치 매진됐다.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려고 가족들과 함께 친황다오에 간 베이징 교민 이아무개(38)씨도 “후반전에는 중국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카메룬을 응원하는 게 뚜렷하게 느껴졌다. 카메룬이 골을 넣었을 때는 자기팀이 골을 넣은 것처럼 기뻐했다”고 전했다. 현지 교민들은 이에 대해 카메룬 응원단보다 압도적 우세인 한국 응원단에 대한 반발, 중국 축구팀의 성적을 의식한 질투, 반한감정의 표출 등 여러가지 분석을 내놓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은투구 마르텡 카메룬 감독은 7일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용기를 준 (중국) 관중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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