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를 흠뻑 머금은 공기(습도 85%)가 운동장 밑까지 뿌옇게 가라앉았다. 중국 관중 1만6천여명은 작정하고 카메룬을 향해 “짜요”(힘내라)를 외쳤다. 5천여명 한국 응원단이 그 함성에 맞섰다. 응원단은 거기에 ‘딱딱딱, 딱딱’ 막대기 풍선 소리를 얹었다. 헬맷과 방패, 곤봉을 찬 경찰병력이 충돌을 막기 위해 곳곳에 배치됐다. 수비 뒷공간으로 흐르는 공을 잡은 이근호(대구FC)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찬 슛이 골대 오른쪽 옆으로 한 뼘 정도 벗어난 시간이 전반 6분. 이근호가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하고, ‘투톱 짝꿍’ 박주영(FC서울)이 다시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했다. 이후 주도권은 카메룬 쪽으로 넘어갔다. 전반 12분 카메룬 느갈의 헤딩슛이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비껴가고, 28분 음비아의 강슛은 수문장 정성룡(성남 일화)의 손끝에 막혀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미드필드 패스가 종종 끊겼고, 카메룬은 힘과 기술을 앞세워 한국 골문으로 밀고 왔다. 후반 5분에도 카메룬의 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았다.
후반 23분. 초조해진 박성화 감독이 벤치 앞까지 나와 손을 허리춤에 올린 뒤 한 선수의 발끝을 주시했다. 근처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의 슛은 골문 앞에서 땅에 한번 튀겨 빠르게 나아갔고, 공을 맞추려던 김동진(제니트) 발에 또 한번 속은 골키퍼는 골망으로 들어가는 공을 쳐내지 못했다. 박주영이 올림픽대표팀에서 넣은 골은 2006년 11월 한-일전 이후 21개월 만이다. 박주영의 골이 터지지 않을 때마다 “몸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골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감쌌던 박성화 감독은 중국 현지에서 박주영에게 따로 프리킥 훈련을 시켰다. 겨울잠 자듯 숨죽여 있던 박주영의 골이 꼭 필요했던 순간에 터지며 감독의 기대에 보답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35분 오른쪽 크로스로 올라온 공을 걷어내지 못하고, 골지역 왼쪽에 있던 만드제크에게 슛을 허용해 아쉬운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42분 신영록(수원)의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의 헤딩슛은 골문 왼쪽 밖으로 흘렀다.
올림픽에 참가한 25개 종목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박성화호’가 7일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센트럴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축구 남자축구 D조 1차전에서 2000 시드니올림픽 우승팀 카메룬을 맞아 선전했으나 1-1로 비겼다. 이날 온두라스를 3-0으로 이긴 이탈리아가 조 1위(승점 3)로 올라섰고, 한국과 카메룬은 나란히 공동 2위(승점 1)가 됐다. 카메룬이 비교적 약체인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서 승리가 예상돼, 한국은 강호 이탈리아와의 2차전(10일)에서 최소 비겨야 하는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8강 티켓은 각조 2위까지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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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지만 최선다해 싸워 다음경기 반드시 이기겠다
■ 박성화 감독=선제골 넣고 마지막에 동점을 내줘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카메룬은 아주 우수한 팀이다. 역시 우승후보다운 막강한 팀이었다. 카메룬의 파워에 밀리다 보니 우리팀으로선 사실 준비한 만큼 패싱게임을 원할하게 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싸웠다. 오늘 이기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에선 반드시 이기겠다. 카메룬도 똑같은 입장에서 남은 경기를 해야 하니까, 우리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잘한다면 (8강 진출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주영은 그동안 득점을 못해서 공격수로서 부담을 갖고 있었지만, 뛰어난 킥능력이 있어 득점력 있는 선수를 도와주도록 오늘 경기처럼 프리킥을 전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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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황다오/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