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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골프의 여왕’은 절친을 꺾어야만 하는 운명

등록 2013-01-11 20:56수정 2013-01-11 21:05

[토요판] 승부 / ‘LPGA 선두경쟁’ 쩡야니 vs 최나연
▶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세계 1위가 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들다. 특히 골프처럼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경쟁이 심한 종목의 세계 정상에 올라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세계 랭킹 1위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랭킹 2위가 친한 친구다. 진한 우정과 치열한 경쟁이 항상 공존한다. 정말 그런 사이가 가능할까?

지난해 12월6일, 대만(타이완)의 타이베이 쩡야니(23) 집에 선수 두 명이 초청돼 저녁을 함께 했다. 바로 다음날부터는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대회가 열렸다. 쩡야니가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을 기념해 2011년부터 골프 불모지였던 대만에서 시작된 대회이다.

전국에 골프장이 64개에 불과하고 프로골퍼가 모두 합해 400여명인 대만에 쩡야니라는 불세출의 골퍼가 탄생했으니, 그것을 기념하는 대회가 생긴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한 쩡야니가 전야제 날 자신의 집에 초청한 인물은 바로 한국의 최나연(25·SK텔레콤)과 대만이 배출한 또 하나의 스타 골퍼 테레사 루(25)였다. 쩡야니가 이 대회에 출전한 70여명의 외국 선수 가운데 유독 세계 랭킹 2위인 최나연을 초청한 이유는 바로 10여년 ‘절친’이기 때문. 공교롭게 최나연과 테레사 루는 이 대회 마지막 날,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최나연이 우승했다.

두 골프신동 뒤엔 골프광 아버지들

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곤 하는 국적이 다른 두 선수가 손꼽히는 절친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쩡야니와 최나연의 우정과 경쟁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최나연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그 대회에 쩡야니 역시 대만 대표로 출전한 것. 둘은 4명이 함께 쓰는 방에 배정을 받았고, 동양인이라는 공통점에 서로 끌렸다고 한다.

“당시 쩡야니는 앞니 4개가 빠진 상태였어요. 아마 장난치다가 부러졌다고 한 것 같아요. 정말 장난꾸러기 같았어요.” 당시를 회상하는 최나연은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 돈다.

쩡야니와 최나연은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부모가 골프광이어서 자연스럽게 골프에 입문했다.

사업가인 쩡야니의 아버지 쩡마오신(49)과 어머니 양위윈(46)은 둘 다 골프를 좋아했다. 1남2녀의 장녀인 쩡야니는 부모가 골프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들고 놀기 시작했다. 5살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쩡야니는 6살 때 처음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미 9살 때 평균 타수 80타를 기록하며 골프 천재 소리를 듣기 시작한 쩡야니는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부인과 함께 라운딩하기도 했다.

첫 만남은 10년 전 국제대회
같은 방을 쓰면서 서로 끌렸다
그리고 2008년 LPGA 동시데뷔
둘의 숨막히는 경쟁이 시작됐다

쩡야니는 신인왕을 비롯해
2011년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며
여자 타이거 우즈로 우뚝 섰다
최나연은 한국선수 최초로
2010년 상금·최저타수 2관왕
작년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쩡야니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에 불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내기 골프를 좋아해 처음에는 친구들과 밥내기를 하다가 용돈을 걸기도 했는데, 경기에 진 뒤 부모에게 ‘도박빚(?)’을 갚아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고 한다. 골프에만 몰두한 쩡야니는 방학이 끝나고 학년이 바뀐 줄도 몰랐고, 교실을 찾지 못해 친구의 도움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쩡야니는 13살부터 한 기업체가 운영하는 골프영재학교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골프 실력을 키웠다.

사업가인 최병호(46)씨와 어머니 송정미(46)씨 사이에서 1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최나연 역시 골프 프로선수를 꿈꾸던 아버지 영향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아버지 최씨는 30대 중반, 뒤늦게 골프에 빠져 프로생활을 꿈꾸며 하루 10시간씩 맹훈련을 해 1년 만에 싱글 핸디를 기록했다. 결국 프로골퍼 테스트 통과에 실패한 뒤 최씨는 딸 최나연을 골프로 끌어들였다. 어머니 송씨는 학창시절 탁구선수 출신이었고, 사회인 배구팀의 센터를 볼 만큼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최나연은 부모 양쪽으로부터 운동 디엔에이(DNA)를 물려받은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 개구쟁이였던 최나연은 소꿉놀이보다는 남자아이들과 총싸움과 칼싸움을 한 추억이 대부분이고, 오빠를 때린 남자아이를 주먹으로 응징하기도 한 ‘왈패’였다고 한다. 10살 때인 1997년 12월 어느 날 아버지에게 골프 입문을 권유받은 최나연은 바로 그날 동네 미장원에 가서 긴 머리를 짧게 깎았다고 한다. 최나연의 트레이드마크인 짧은 머리 헤어스타일이 탄생한 것이다. 최나연은 골프 입문 2년 만에 아버지와 내기에서 이길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경기도 용인프라자 골프장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최나연은 골프장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매일 9홀을 쳤다고 한다. 추석 명절에도 생활한복을 입고 골프를 칠 만큼 열의를 보인 최나연은 1년에 드라이버채 10개를 교체할 만큼 연습벌레였다. 아버지의 근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성호중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힌 최나연은 2004년 제주도지사배 골프대회에서 여고부 우승을 하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쩡야니와 최나연은 공교롭게도 2008년 나란히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한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시기에 돌입했다. 쩡야니는 엘피지에이 등용문인 퀄리파잉 스쿨 테스트를 거쳤고, 최나연 역시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조건부 자격을 취득했으나 3개월 만에 받은 상금이 많아지며 풀시드를 받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데뷔 첫해부터 최나연은 쩡야니에게 밀렸다. 신인왕 경쟁에서 쩡야니가 1위, 최나연이 2위를 한 것이다.

미국 프로무대 데뷔하기 전인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캘러웨이 주니어골프 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2005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미국 여자아마추어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쩡야니는 데뷔한 2008년에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 엘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며 신인왕 타이틀과 함께 기세좋게 미국 프로생활을 출발했다.

쩡야니에게 한 수 배운 정신력의 중요성

최나연 역시 범상치 않은 출발을 보였다.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에이디티캡스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자신의 롤 모델인 박세리를 꺾고 우승한 최나연은 2005년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과 2007년 신세계배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 무대가 좁다는 것을 알리고 미국에 갔다. 그러나 최나연은 프로 첫해 엘피지에이 투어인 사이베이스 클래식과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했을 뿐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데뷔 2년차에서 쩡야니는 코닝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순항한 반면 최나연에겐 큰 시련이 닥친다. 기대했던 우승을 하지 못한 채 우승의 문턱에서 계속 주저앉자, 최나연에게 ‘새가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데뷔 첫해 톱10에 아홉번 들어갔으나 한번도 우승을 못했고, 2년차에도 9월까지 여덟차례 톱10에 들고도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으니 본인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앞서가다가도 매번 막판에 뒤집히곤 하던 최나연은 대회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펑펑 울곤 했다.

당시 엘피지에이 무대에는 신지애, 박인비, 김인경, 오지영 등 다른 ‘세리키즈’가 우승을 나눠갖는 형국이었다. 결국 최나연은 2009년 9월까지 54개 대회에 출전하며 우승이 없었으니 다들 “최나연은 국내용”이라고 수군댔다.

이때 쩡야니의 진한 우정이 최나연의 선수 운명을 바꾼 값진 구실을 했다.

최나연에게 스포츠 심리 전문가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미 쩡야니는 이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쩡야니가 소개한 스포츠 심리 전문가는 바로 안니카 소렌스탐(42·스웨덴)을 전문으로 상담했던 ‘비전54’의 피아 닐손(스웨덴)과 린 매리엇(미국)이다. 솔하임컵 주장을 맡았던 선수 출신인 피아 닐손과 심리학을 전공한 린 매리엇은 최나연과 상담을 시작했다.

최나연은 이렇게 당시를 말했다.

“처음이었어요.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눈물이 마구 쏟아졌어요. 그러자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였어요. ‘결과는 네가 컨트롤하지 못한다. 우승을 하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승은 누구도 마음대로 조절 못한다.’ 그 순간 이런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난 모든 대회를 우승하려고 가는구나. 아무리 나의 우승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더라도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인데 왜 그렇게 집착했지?”

최나연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 결과, 최나연은 일주일 뒤 목타게 그리던 엘피지에이 첫 승을 따냈다. 삼성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한달 뒤 역시 엘피지에이 투어인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가 그 어느 운동보다 정신력(멘탈)에 크게 좌우되는 운동임을 입증한 것이다.

다시 최나연의 고백이다.

“한번은 쩡야니와 한 조에서 경기했어요. 경기 시작 전 쩡야니는 캐디와 말다툼을 했어요. 심사가 뒤틀린 표정이었어요. 그런데 티샷하기 전 쩡야니는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했고, 눈을 뜨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어요. 그러곤 아무 일 없는 듯이 멋진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거예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했어요. 순간 많은 것을 배웠죠.”

일본의 골프 스타 미야자토 아이(27) 역시 스포츠 심리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고 엘피지에이 우승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야자토는 경기중 앞 팀에 밀려 시간이 날 때마다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심리상담 전문가들에게 치러야 하는 대가는 적지 않다. 시간당 500달러씩 주는 심리상담을 일주일에 2~3차례씩 하니 한달에 심리 치료로 드는 비용만 최소한 4000달러(한화 약 500만원)다.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용으로 치며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다시 최나연이 말하는 멘탈의 중요성을 들어 보자.

“하루 골프 경기를 치르는 4~5시간 동안 실제 공을 치는 시간은 7~8분에 불과해요. 나머지 시간은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죠. 걸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면 힘이 빠지고 우울해지기 마련이죠. 자꾸 전 홀에 실수한 샷이 떠올라요. 그래서 하늘을 보기 시작했어요. 당당하게 걸어요. 캐디와 농담을 하고 응원하는 갤러리들에게 미소를 보여요. 그래서 다음 샷이 좋아져요.”

쩡야니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도 상담가의 조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에 쩡야니와 최나연의 ‘피 튀기는 전쟁’은 계속됐다. 이들 경쟁의 압권은 2011년에 연출된다.

그해 10월에 열린 엘피지에이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쩡야니는 최나연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고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보려던 최나연은 준우승을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철들고 그렇게 서럽게 운 적이 없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쩡야니는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에 몸을 떨었어요. 그는 나보다 한 수 위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거죠.”

뜨거웠던 2011년, 승부본색의 압권

그러나 최나연은 일주일 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엘피지에이 투어 사임다비 챔피언십 대회에서 보란듯이 우승했다. 쩡야니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특히 이 대회 우승은 한국 선수들이 엘피지에이 무대에서 따낸 100번째 우승이라 더욱 의미를 더했다. 최나연은 이 대회 우승을 그 어떤 대회 우승보다 귀하게 여긴다. 많은 눈물을 흘린 뒤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쩡야니의 반격도 거칠었다. 이어 대만에서 벌어진 엘피지에이 투어 선라이즈 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여제’의 반열에 올랐다.

쩡야니는 2011년 시즌에만 7승(통산 12승)을 챙기며 상금,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 다승왕에 이어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까지 모든 타이틀을 차지했다.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쩡야니는 메이저대회 10승, 엘피지에이 투어 개인통산 72승을 이끌며 골프계의 ‘원조 여제’로 불리는 안니카 소렌스탐과 멕시코의 로레나 오초아(32·통산 27승)의 계보를 이은 것이다.

최나연은 한 해 앞선 2010년 엘피지에이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제이미파 오언스 코닝 클래식과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두고, 유에스(US) 여자오픈과 스테이트 팜 클래식, 세이프웨이 클래식 등 3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상금왕(187만1166달러)과 최저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상·69.87타)의 2관왕에 올랐다. 엘피지에이 진출 한국 선수가 두 개의 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최나연이 처음이었다.

쩡야니는 2012년 초반 ‘여자 타이거 우즈’로 자리를 굳혔다. 더이상 쩡야니의 아성을 위협할 선수가 없다는 인식이 골프계를 지배했다. 왜냐하면 시즌 초반에 열린 엘피지에이 투어 혼다 클래식과 도널리 파운더스컵 대회, 기아 클래식 등 3개 대회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쇼트게임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마인드 컨트롤까지 모두 갖춘 쩡야니의 질주를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도널리 파운더스컵에서 미야자토 아이와 함께 공동 2위로 쩡야니의 우승을 지켜본 최나연은 “누구도 쩡야니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골프였다. 남녀 통틀어 최연소 나이(22살 6개월 8일)에 메이저 대회 5승을 거뒀고, 엘피지에이 투어 통산 14승을 달성한 쩡야니. 엘피지에이 투어에 데뷔해 최단기간인 4년 1개월 2일(99개 대회) 만에 통산 상금 800만달러(총 807만8269달러, 약 91억원)를 돌파한 쩡야니가 지난해 중반 이후 시들시들해진 것이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단 1승도 보태지 못한 채 부상도 겹치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에 무너진 형국이다.

그런 쩡야니를 곁에서 본 최나연은 “몇차례 술을 함께 마시며 위로해 주었어요. 곧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쩡야니가 헤매는 동안 최나연은 유에스 여자오픈 대회를 우승하며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섰다. 절친이 나란히 정상의 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최나연이 프로 첫해 부진으로
‘새가슴’ 오명에 시달릴 때
쩡야니는 심리상담가를 소개했다
작년 중반 이후 쩡야니에게
슬럼프와 부상이 겹쳤을 때
최나연은 곁에서 그를 위로했다

두 절친은 2016년 올림픽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엔? 최나연은 말한다
“은퇴 뒤 골프사업을 하고 싶다
가능하면 쩡야니와 함께”

대만 팬들은 왜 최나연에게 반했나

쩡야니와 최나연은 미국 올랜도에서 같은 동네에 산다. 쩡야니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으면 스스럼없이 최나연의 집을 찾아온다. 쩡야니가 사는 집은 자신의 롤 모델인 안니카 소렌스탐이 살던 집. 특히 소렌스탐이 각종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진열해 놓은 트로피 진열장을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의 트로피를 차곡차곡 진열하고 있다.

쩡야니와 최나연을 진하게 묶어주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만의 최나연 팬들이다.

대만에는 최나연 팬클럽이 2개나 있다. 회원 수는 합쳐서 2천여명. 이들은 최나연이 참가하는 대만 대회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최나연을 응원한다. 최나연이 쩡야니와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대회에서도 이들은 최나연을 응원하는 펼침막을 들고나온다.

왜 대만에 최나연 팬클럽이 생겼을까?

쩡야니와 최나연은 외모상 중성적이다. 둘 다 경기중에 치마를 안 입는다. 머리도 짧고 골프뿐 아니라 다른 운동도 잘한다. 쩡야니는 올랜도 집에 당구대를 설치하고 틈나는 대로 당구를 즐긴다. 농구도 잘하는데, 하프라인에서 골대까지 슛을 할 정도로 힘이 좋다. 최나연도 어릴 때 태권도를 좋아했다. 대만 팬클럽 회원들은 최나연의 여성스러움에 열광한다고 한다. 여기에 최나연이 벌이는 봉사활동도 최나연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최나연은 지난해 말 기부한 액수가 1억원 이상인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197번째 회원이 됐다. 지금까지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스포츠 스타는 홍명보 전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과 프로야구 선수 김태균(한화)이 있다. 프로골퍼로는 최나연이 처음이다.

최나연은 2005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모교인 건국대 대학병원 어린이 환자를 위해 수천만원을 기탁했다. 최나연은 “부모님께 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사랑받는 그 이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되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쩡야니도 대만 골프협회에 주니어 골프 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1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 둘 모두 2009년부터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미국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당분간 쩡야니와 최나연이 펼치는 선의의 선두 경쟁은 세계 골프 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그들의 경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일까? 최나연은 3년 뒤에 있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철 올림픽에 한국 대표선수로 출전하려 한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쩡야니 역시 대만 대표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두 절친은 올림픽 무대에서 한판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엔? 최나연은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늦기 전에 은퇴해 골프장 디자인 등 골프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쩡야니와 함께”라고 인생의 설계를 이야기한다. 골프공처럼 단단하고 야무지기만 하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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