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진출에 도전하는 이현중이 13일 서울 3Ps퍼포먼스랩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 이현중(23)이 그리운 미국으로 돌아간다. 꿈에 굶주렸던 청춘의 도전은 다시 시작이다.
출국을 이틀 앞둔 13일, 이현중은 서울 강남 페이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재기의 뜻을 알렸다. 그는 “처음으로 크게 다쳤다. 좌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 혼자 힘들어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제 몸을 더 살피고, 만들고,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레슨이었던 것 같다”라며 “실패했을 때 가장 많이 배웠다. 저는 계속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라고 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입성을 목표로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해온 이현중은 지난해 절정과 나락을 연이어 맛봤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모교로 유명한 미국 데이비슨대에서 세 시즌 간
에이스 슈터로 활약하며 지난해 봄 ‘
3월의 광란’이라고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냈다. 비록 1차전에서 강호 미시간주립대에 패했으나 이현중으로서는 값진 성취였다.
이현중이 13일 서울 호텔 페이토 강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당차게 미프로농구
드래프트 출사표를 낸 그를 멈춰 세운 것은 부상이었다. 구단을 돌며 워크아웃(신인 모의 테스트)을 하던 지난 6월 왼발 발등뼈와 인대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고 이어진 드래프트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현중은 “다치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졌을 정도로 부상이 컸다.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 없었다”라며 “과거의 저한테 참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렇게 일생의 꿈을 향한 첫번째 도전이 무산된 자리에서 6개월여에 걸친 긴 재활이 시작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기간을 농구 선수로서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이현중은 “평소 신체적으로 약한다고 느껴서 몸 만들기에 신경을 썼다”라며 “데이비슨대 3학년 때 90∼91㎏였는데 지금은 98∼99㎏이다. 그렇다고 몸은 전혀 무겁지 않고 스피드도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현중이 13일 서울 3Ps퍼포먼스랩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적으로도 더 단련됐다. 이현중은 “(부상) 트라우마도 결국 멘털이다. 재활 운동 시작하는 날 부상 당했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가서 훈련을 했다”라고 했다. 필사적인 재활 끝에 처음으로 농구공을 다시 잡았던 9월 픽업게임을 돌아보며 그는 “절뚝이면서 뛸 때다. 수비도 안 하고 슛만 가볍게 던지면서 뛰었는데도 행복했다. 제가 농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농구에 대한 목마름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현중은 드래프트 낙방 뒤 미프로농구 마이너리그 격인 G리그를 전전하며 끝내 엔비에이에 입성, 브루클린 네츠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포워드 와타나베 유타를 언급하며 “너무 자극이 된다. 저랑 비슷한 케이스다.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흑인이든 백인이든 겁 없이 덤벼들고 깨지면서 더 강해지는 모습을 봤다. 그런 자세를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현중이 13일 서울 3Ps퍼포먼스랩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절함만큼 자신감도 단단하다. 이현중은 “(워크아웃 당시) 패키 터너 트레이너가 저한테 ‘너는 이번 드래프트 클래스 중에서 제일 좋은 슈터다. 그 점을 잊지 마라’라고 했다. 슛에 대한 자부심은 있다”라며 “농구가 편해지려면 슛이 잘 들어가야 한다. 내가 슈터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안 들어가도 자신 있게 쏘고, 들어가면 계속 쏘고, 수비가 심해지면 그걸 역이용한다”라고 자신의 장점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이현중은 미국으로 돌아가 지난 여름 수술을 집도했던 리처드 퍼켈 박사로부터 최종 점검을 받고 이후 몸 상태에 맞춰 재도전 스케줄을 조정할 계획이다. 그는 “저 자신은 (몸 상태가) 100%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현중은 “제가 좋아서 하는 도전이다. 실패하고 좌절하면 또 좀비처럼 일어나고 도전할 때는 이현중으로 하고 그렇게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