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JTBC 화면 갈무리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7일 한화 제러드 호잉이 어지럼증으로 경기 중 교체됐고, 28일에는 엘지(LG) 박용택이 역시 어지럼증으로, 두산 김재환은 탈수와 구토 증세로 각각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지난달 29일에는 한화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데이비드 헤일이 고열 증세를 호소해 선발투수를 부랴부랴 김범수로 바꾸기도 했다.
급기야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선수 보호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최고기온 39도로 예보됐던 지난달 31일과 1일에 한해 프로야구 경기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 때 바지 유니폼을 입고 두꺼운 양말, 그리고 모자나 헬멧을 눌러써야 한다. 특히 포수의 경우 무거운 보호 장비까지 걸치고 수백차례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야말로 땀으로 샤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전 선수들이 훈련할 때 반바지 차림이 허용됐고, 훈련 시간도 30분가량 단축됐다. 한화 이글스는 7월17일부터 8월15일까지 한여름 경기 전 훈련 시간을 30분 단축했고, 다른 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훈련을 더 하고 싶은 선수들에게는 야외가 아닌 실내 훈련장을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최고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등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자 훈련 시간은 더욱 단축됐다.
1907년 기상 관측이래 111년 만에 서울지역 최고기온(39.6도)을 작성한 1일 오후 3시, 서울 잠실구장 그라운드에는 홈 경기를 앞둔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수행, 양종민, 황경태, 박세혁 등 백업 야수들만 야외에서 타격 훈련을 했다. 다른 타자들은 실내 타격장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자율 훈련을 했다. 투수들도 러닝 훈련 등을 건너뛰고 그라운드에서는 가벼운 캐치볼만 한 뒤 실내로 들어갔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7월 31일에는 펑고 등 수비 훈련은 안 했지만, 타격 훈련은 정상적으로 했다”며 폭염 속에서 훈련이 더욱 간결해진 상황을 설명했다.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맞대결을 펼친 엘지(LG) 트윈스 선수들은 오후 4시께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타격과 수비 훈련 등을 했다. 류중일 엘지 감독은 “폭염을 고려해 훈련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축구는 이번 주말 열리는 K리그 1, 2부 모든 경기의 시작 시각을 오후 8시로 늦추기로 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아직 시간 변경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취소나 경기 시간을 변경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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