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이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네덜란드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회말 무사 1루에서 주릭슨 프로파르에게 대형 투런 홈런을 맞은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우규민은 이날 3⅔이닝 6피안타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졌다. 이틀 연속 유럽 국가에 패했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0-5로 완패했다. 전날 ‘복병’ 이스라엘에 일격(연장 10회 1-2 패)을 당한 한국은 이로써 대회 2연패를 당하며 탈락을 눈앞에 뒀다. 한국이 1라운드에서 2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2013년 대회 때는 2승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당시에도 네덜란드에 0-5로 패한 바 있다. 세계야구클래식 네덜란드전 상대 18이닝 연속 무득점.
한국은 9일 대만과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 있으나 네덜란드가 대만(8일)과 이스라엘(9일)에 전부 패하지 않는 한 2라운드 진출은 어렵다. 객관적 전력상 나오기 힘든 경우의 수다. 한국 경기에 앞서 치러진 경기에서 이스라엘은 대만을 15-7로 누르고 2승을 올리면서 2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한국 타선은 여전히 겨울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빈공에 시달린 이스라엘전처럼 한국은 이날도 2회 무사 1루, 3회 1사 1·2루, 5회 무사 2루 등 득점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클러치 히터가 없었다. 2006년 대회 때 이승엽·이종범, 2009년 대회 때 김현수·김태균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3번 김태균은 전날에 이어 무안타(4타수)에 그쳤고 이대호는 1안타를 기록했으나 공격의 물꼬를 터주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날도 병살타만 3개(이스라엘전 2개) 기록했다. 2경기 19이닝 1득점.
타선이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을 때 흐름을 바꿀 적절한 벤치 작전이 필요했으나 김인식 감독은 대타 카드조차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최형우를 대타 카드로 남겨놨으나 전날 이스라엘전처럼 ‘적절한 시점’을 찾지 못했다. 9회초 2사 후 뒤늦게 최형우가 대타로 등장했으나 이미 경기가 기울어진 뒤였다. 투수 교체에 있어서도 이날은 한발 늦었다. 4회말 2사 후 등판한 원종현을 6회까지 끌고 갔다가 쐐기 점수를 허용했다. 6회말 2사 1루에서 나온 란돌프 오뒤버르의 좌중월 투런포로 점수는 5-0이 되면서 사실상 경기 흐름은 완전히 넘어갔다.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는 견고한 수비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손쉽게 승리를 낚았다.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수여되는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를 두차례 수상한 엘에이(LA) 에인절스 안드렐톤 시몬스의 유격수 수비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그에게 가는 타구는 모조리 물 흐르듯 자연스런 동작으로 낚아채 1루, 2루로 송구하면서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폭넓은 수비 범위로 2·3루 간으로 가는 공은 거의 시몬스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터진 텍사스 레인저스 주릭슨 프로파르의 투런포는 네덜란드의 ‘힘’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고척돔 오른쪽 기둥 상단부를 맞히는 대형 홈런이었다. 네덜란드 선발 릭 밴덴헐크는 4이닝 3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대표팀을 꾸리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과 재활 등으로 이탈 선수가 속속 발생했으며 메이저리그 구단의 반대로 추신수, 김현수 등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강정호 또한 불미스런 사건으로 낙마했다. 김인식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원정도박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은 오승환을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도 대표팀에 넣는 초강수를 뒀으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명분과 실리 모두 놓친 2017 세계야구클래식이 됐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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