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트윈스 양석환이 24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11회말 1사 2·3루에서 대타로 나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6 케이비오(KBO)리그 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24일 저녁 잠실야구장은 2만5000석이 가득 찼다. 하지만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과는 반대로 그라운드는 볼넷과 몸에맞는공의 남발 속에 경기 후반까지 ‘걷는 야구’만 지리하게 이어졌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19개) 및 사사구(25개·볼넷+몸에맞는공), 최다 잔루(33개), 한 팀(NC) 최다 볼넷(13개), 개인 최다 사사구(LG 이천웅·5사사구) 등의 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최후에 웃은 팀은 엘지(LG) 트윈스였다. 엘지는 연장 11회말 1사 2·3루에서 터진 대타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거뒀다. 2패로 벼랑끝에 몰렸던 엘지는 홈구장 첫 경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25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4차전은 우규민(LG)과 에릭 해커(NC)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연장전의 희비 볼넷으로 시작된 득점 기회에서 두 팀의 희비가 갈렸다. 연장 11회초 1사 후 김성욱이 엘지 마무리 투수 임정우로부터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박민우의 중전 안타가 터져나왔다. 후속 타자 이종욱의 삼진으로 2사 1·2루가 된 상황에서 이날 5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나성범은 회심의 깊은 타구를 날렸으나 엘지 중견수 안익훈이 담장 밑까지 질주해 낚아채면서 엘지는 한숨을 돌렸다. 이어진 연장 11회말, 엘지는 선두타자 히메네스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오지환이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2루 기회를 맞았다. 채은성의 희생번트로 이어간 1사 2·3루에서 양상문 엘지 감독은 대타 양석환 카드를 꺼내들었고 양석환은 정면승부를 벌인 엔씨 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투수 강습 내야안타를 뽑아내면서 4시간46분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석환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적시타 실종의 ‘걷는 야구’ 1회말 엘지가 밀어내기 볼넷(채은성)으로 선취점을 얻은 뒤 1점 싸움이 벌어졌다. 엘지는 추가점이, 엔씨는 추격점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팀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로 ‘뛰는 야구’가 아닌 ‘걷는 야구’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득점은 나지 않았다. 엘지는 5차례 2사 만루의 기회(1회, 2회, 4회, 6회, 8회)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특히 8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가 루이스 히메네스의 3루 땅볼로 무산된 게 뼈아팠다. 1차전(3안타), 2차전(4안타)에서 침묵했던 방망이가 3차전까지도 터지지 않는 모양새였다. 엔씨 또한 3회초 무사 1루, 5회초 2사 만루의 기회를 날렸다. 두 팀은 5회까지 사사구만 15개를 주고 받는 가운데 적시타는 터지지 않는 지리한 경기를 펼쳤다. 6회초 2사 1·2루에서 김태군이 엘지 바뀐 투수 정찬헌의 초구(119㎞ 커브)를 두들겨 만들어 낸 중전안타가 이날의 첫 적시타였다.
■3선발 이재학의 공백 엔씨는 플레이오프 직전 3선발 이재학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경기조작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부담이 있었다. 3선발이 빈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21살 장현식을 3차전 선발 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장현식은 긴장했는지 1회에만 볼넷 4개로 밀어내기 선취점을 내줬고 2회에도 첫 타자 정상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교체됐다. 장현식과 함께 3차전 선발 후보였던 최금강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으나 역시 제구가 되지 않았다. 2⅔이닝 2피안타 4볼넷 무실점.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남은 경기 동안 3선발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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