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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돌이의 아성을 누가 무너뜨릴 것인가

등록 2012-10-12 19:50수정 2012-10-14 15:48

턱돌이
턱돌이
[토요판] 승부 프로야구단 ‘마스코트 전쟁’
▶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마스코트를 만날 때면 괴롭혔습니다. 코를 비틀고, 귀를 당기고, 배를 두드렸지요. 기자가 되어 야구장에서 만난 마스코트는 프로였습니다. 관중의 나이, 성별, 특성에 따라 악수하는 방식과 팔의 각도까지 계산합니다. 보이지 않는 탈 속에서 실제 표정 연기까지 합니다. 구단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탈을 씁니다. 야구장에서 마스코트를 만나면 마음껏 괴롭혀주세요. 당신의 장난이 그들을 웃게 합니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2012 프로야구. 그라운드 한편에선 또다른 전쟁이 치러친다. 구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들의 응원 대작전이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저마다 마스코트를 두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누리, 아라, 피니와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윙고와 윙키, 엘지 트윈스의 근성이와 팀웍이, 사랑이와 행복이, 삼성 라이온즈의 블레오, 기아 타이거즈의 호돌이와 호순이, 두산 베어스의 철웅이, 한화 이글스의 위니와 비니,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의 턱돌이 등이다. 현재 활동하는 마스코트로만 따지면 호돌이가 가장 ‘연장자’이고, 올해 태어난 윙고가 ‘막내’다.

미국 퍼내틱·일본 도아라는 ‘열한번째 선수’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잠깐 멈추는 찰나의 순간, 이들의 승부는 시작된다. 시구자를 마운드 위로 모시고 나오는 의전부터, 각종 손팻말로 관중의 응원을 유도하는 것은 기본, 음악에 맞춰 춤도 춘다. 에스케이 구단 관계자는 “멋진 쇼를 보여주기 위해 윙고와 윙키는 실제 비보이 출신들이 연기한다”고 말했다.

각 구단 마스코트는 홈경기에만 ‘등판’한다. 경기가 없는 날, 그러니까 해당 구단이 원정경기를 떠나는 날이면 마스코트는 각자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외국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마스코트 세계의 동향을 살피기도 하고, 다른 구단 마스코트의 특징적 움직임을 꼼꼼히 분석하기도 한다. 턱돌이를 연기하는 길윤호(30)씨는 “마스코트 세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준비하는 마스코트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마스코트의 역사는 프로야구 개막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개막일 당시 6개 구단은 각자의 마스코트를 옆에 세웠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슈퍼맨’(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복장을 한 사람을, 롯데 자이언츠는 ‘거인’ 차림(이라고 볼 수 없는)의 사내를, 반면 오비 베어스와 삼성 등은 각각 ‘너무’ 곰과 사자처럼 생긴 마스코트를 데리고 나왔다. 어떤 마스코트가 최초인지는 알 수 없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구단마다 자신의 마스코트가 시초라고 주장하는 건 ‘최초’의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장 처음 그라운드에서 응원한 마스코트와 가장 먼저 구단에 공식으로 이름을 올린 마스코트 등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면, 프로야구 마스코트는 1963년 미국 뉴욕 메츠의 ‘미스터 멧’이 최초다. 미국 마스코트는 대부분 뚱뚱한 인형이다. 머리에도 탈을 씌우고 몸에도 마스코트 복장을 입혀 둥실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마스코트를 벤치마킹했다.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은 ‘인간형 마스코트’를 선호한다. 머리에만 탈을 씌워 활동성을 강화했다. 사람에 가까운 형태의 마스코트는 감정이입을 쉽게 하는 장점이 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삼성의 마스코트인 사돌이·사순이(애칭)를 만들 때 일본을 벤치마킹해 (사자 마스코트를) 의인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이스는 넥센의 ‘턱돌이’
춤만 추는 관행을 벗어나
다양한 퍼포먼스·즉흥연기로
관중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눈치만 200단이 됐어요
분위기 나쁠 때 설치면 욕먹죠
걸그룹 시구자한테 스킨십하려다
살해 협박받은 적도 있어요”

마스코트를 그라운드의 ‘엑스트라’ 정도로 여기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과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는 마스코트를 야수(지명타자 포함 총 9명)와 투수 다음의 ‘열한번째 선수’로 대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스코트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퍼내틱’은 2005년 마스코트 최초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일본에서는 주니치 드래건스의 ‘도아라’가 단연 인기다. 여성 마스코트가 없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최근 오릭스 버펄로스의 여성 마스코트 ‘버펄로 벨’이 나타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버펄로 벨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화보집을 내기도 했다.
역대 최고의 관중을 동원한 2012 프로야구. 그라운드 한편에선 선수들만큼 구단 마스코트들의 눈길 끌기 경쟁이 치열하다. 길윤호씨는 굵직한 퍼포먼스로 넥센 히어로즈 턱돌이를 최고의 인기 마스코트로 만들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역대 최고의 관중을 동원한 2012 프로야구. 그라운드 한편에선 선수들만큼 구단 마스코트들의 눈길 끌기 경쟁이 치열하다. 길윤호씨는 굵직한 퍼포먼스로 넥센 히어로즈 턱돌이를 최고의 인기 마스코트로 만들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한국 프로야구의 마스코트 산업이 미국이나 일본에 견줘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이유는 뭘까. 프로야구 관계자는 “미국, 일본은 마스코트가 선수나 심판에게 장난을 치면 익살과 해학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마스코트가 건방지다’고 생각한다”며 “구단에서도 마스코트가 너무 나대면 보기 좋지 않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마스코트가 ‘주인공’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인식을 조금씩 깨고 있는 것이 넥센 히어로즈의 턱돌이다. 프로야구는 몰라도 턱돌이는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턱돌이의 인기는 높다. 지난해에는 마스코트 최초로 <티브이엔>(tvN)의 <택시>, <문화방송>(MBC)의 <세상을 바꾸는 퀴즈>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초등학교의 요청으로 녹색어머니회와 함께 학교 앞 교통정리도 도왔다. 단순한 마스코트를 넘어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8개 구단 마스코트 가운데 턱돌이의 경쟁자는 아직 없다.

턱돌이에게도 어두운 시절은 있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생김새도 ‘비호감’이었다. 마스코트는 대개 구단 이름을 따른다. 두산 철웅이는 곰, 기아 호돌이와 호순이는 호랑이다. 또 종류는 달라도 친숙한 이미지를 갖도록 부드럽고 귀여운 형상이다. 턱돌이 역시 원래 이름은 히어로즈에서 나온 ‘영웅’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카리스마 있는 외모로 만든다고 만든 것이, 눈은 부리부리하고 턱은 툭 튀어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스코트가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대상은 어린이인데, 이런 외모의 턱돌이를 반기는 어린이는 없었다. 턱돌이를 연기하는 길윤호씨는 “무섭게 생겼다고 싫어했어요. 다가가면 애들이 울면서 도망갔으니까”라고 회상했다. 이제는 팬들이 붙여준 애칭 ‘턱돌이’가 공식 이름이 됐을 정도로 사랑받는다.

한 시즌 소품 비용만 400만~500만원

턱돌이가 비호감 이미지를 벗고 ‘귀요미’가 된 데는 길씨의 역할이 컸다. 선수들이 홈런을 치면 외야에 마련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의 ‘버니 브루어’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도 “마스코트는 춤만 추던 관행을 깨고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에게 다가간 것이 사랑받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자평한다. 판사가 시구자로 나서면 수갑을 채우는 등 시구자에게 맞춘 턱돌이만의 퍼포먼스도 관심을 끌었다. “보통 시구자가 정해지는 1~2주 전부터 구상해요. 구단에 어떤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미리 이야기하면 대부분 제 의견을 존중해주죠.” 규칙은 없지만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 등 나쁜 건 피한다는 게 나름의 원칙이다. 시구 퍼포먼스 외에 이닝 중간에 선수의 땀을 닦아주거나, 심판에게 장난스럽게 항의하는 식의 행동은 모두 즉흥적 연기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해요. 타자가 볼넷으로 나간다든지 경기가 중단된 짧은 순간에 해야 하니 늘 촉각을 곤두세우죠. 타이밍을 놓치면 못하니까.” 선수와 관중의 기분도 파악해야 한다. “눈치만 200단이 됐어요. 분위기가 안 좋거나 안타를 쳤는데 설치다간 욕먹죠.(웃음)”

유튜브 등에서 외국 경기 영상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사비를 털어 다른 팀 경기도 보러 다닌다. “마스코트는 보통 안방경기 때만 나가는데 전 원정경기도 그냥 따라가요. ‘아, 저 마스코트는 저렇게 하는구나’, ‘이곳 관객은 이렇구나’ 특징도 살피고.” 다른 구단 기록도 미리 파악해 놓는다. 지난 5월 롯데 홍성흔이 1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날 꽃다발을 준비해와 선물했다. “승패를 떠나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을 위한, 야구 전반에 걸친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요. 팬들이 턱돌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우리 팀 로고도 한번 더 나갈 수 있는 거고.(웃음)”

마스코트가 이닝 중간에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도 턱돌이가 시초다. 손팻말, 수갑 등 필요한 소품은 대부분 직접 준비한다. 한 시즌에 드는 소품 비용만 400만~500만원이라고. “구단마다 마스코트와 치어리더를 관리하는 이벤트 회사가 따로 있어요. 시즌 시작 전 구단에 한 시즌 계획서를 제출하면 비용을 미리 책정해 줘요.” 수당도 ‘경기당 얼마’ 식으로 시즌 전 협상해 월급으로 받는다. 정확한 급여를 밝힐 수는 없지만 “8개 구단 중 가장 많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5년 전보다 월급도 50% 뛰었어요. 구단에서 하는 만큼 챙겨주니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때론 열정이 지나쳐 비난도 받는다. 주로 시구자로 나온 걸그룹 멤버에게 스킨십을 시도할 때다. “살해 협박까지 받았어요. 일종의 쇼인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공격하니. 그럴 땐 회의를 느껴요.” 목디스크에 피부염까지 생겼지만 정신적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란다.

그러면서도 계속 마스코트로 사는 이유는 뭘까. “관객의 환호를 받는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요. 탈을 쓰는 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지니까. 미국처럼 한국 마스코트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전시되고 싶어요.” 그는 “마스코트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 다른 구단 마스코트들이 합병이라도 해서 내게 도전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스코트 중엔 최고이지만 더그아웃에선 늘 선수 뒤편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라도 야구장에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꿈도 실은 야구선수였다. 야구 명문인 군산상고에 입학하려고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서울에서 이사까지 했다. 그러나 군산상고 2학년 때 부상으로 그만뒀다. “그땐 부상당하면 선수 생명은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후회하죠.(웃음)”

부상으로 야구 그만둔 턱돌이의 자괴감

야구는 운명이었을까. 스무살 때 야구를 보러 잠실 구장에 갔다가 이벤트 팀장의 권유로 즉석에서 북을 쳤는데 한 시즌 내내 하게 됐다. 그 회사의 추천으로 2005년 원주 삼보(현 원주 동부)에서 농구 마스코트를 시작했다. 2005~2006년 기아 호돌이를 거쳐 2008년 턱돌이가 됐다. “호돌이 하다가 입대했는데 제대하자마자 히어로즈 담당 이벤트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힘들었다. 군산상고 선후배 등이 ‘윤호 아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했다. “자존심도 상했고 창피했으니까.”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보면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야구선수는 못 되잖아요. 마스코트에서 최고가 되어서라도 야구장을 누비자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친구나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존재다. “엄마가 교수인데 제자들에게 준다고 사인해 달라며 공을 120개나 보냈어요. 팔은 아팠지만 기분 좋더라고요.(웃음)”

기아는 깨알같은 재미로 차별화
호돌이네 포장마차도 열었다
삼성 블레오는 조직력이 강점
콘서트와 동영상으로 인기몰이
에스케이 윙고는 비보이 출신

미국과 일본의 마스코트는
주인공 초월하는 콘셉트가 있다
주니치 도아라는 씩씩함
누가 도아라가 되든 씩씩하다

20대 청춘을 마스코트 안에서 살았다. 턱돌이를 벗으면 환호는 줄어든다. 자신을 잃어버린 게 아쉽진 않을까.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면서 나도 모르게 이름을 ‘턱돌이’라고 썼어요.(웃음) 턱돌이가 있으니 제가 있죠. 선수들과 구단을 빛내는 조연이고 싶어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엔씨 다이노스. 어떤 마스코트가 나올까 누리집을 들락거리며 정보를 캐고 있다. “구단이 돈이 많으니 뭔가 획기적인 게 나올 것 같아 긴장돼요. 엔씨소프트에서 나온 인기 게임 ‘리니지’의 캐릭터가 튀어나올 것도 같고.(웃음) 뭐 아는 거 없으세요?” 미리 치고 나가야 한다며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아이와 여자 등을 만들어 ‘턱돌이와 아이들’, ‘히어로즈 걸스’ 같은 그룹을 결성해 콘서트를 할까.”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비한, 슈퍼맨 복장으로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퍼포먼스는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돕는 것도 마스코트의 역할이죠. 내년엔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선수와 구단에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할래요.”
턱돌이의 아성에 도전하는 7개 구단 마스코트들. 위부터 삼성의 블레오, 두산의 철웅이, 한화의 위니, 엘지의 근성이·팀웍이·사랑이, 기아의 호돌이, 에스케이의 윙키, 롯데의 누리·아라·피니.  각 구단 제공
턱돌이의 아성에 도전하는 7개 구단 마스코트들. 위부터 삼성의 블레오, 두산의 철웅이, 한화의 위니, 엘지의 근성이·팀웍이·사랑이, 기아의 호돌이, 에스케이의 윙키, 롯데의 누리·아라·피니. 각 구단 제공

길윤호씨는 이제 턱돌이를 벗고 ‘윤호’를 쓴다. 여름에는 야구, 겨울에는 농구팀 전자랜드에서 3년째 마스코트 ‘윤호’로 활약한다. 올 시즌 마지막 턱돌이가 되어 그라운드를 향하는 그는 마스코트 안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턱돌이가 나오기 전까지 기아 호돌이, 삼성 블레오 정도가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다. 턱돌이는 자신을 위협할 2인자로 “호돌이”를 꼽는다. 지금껏 잠깐 세들었던 이들을 빼면 호돌이 안에 두 명이 살았다. 2010년부터는 박준희(27)씨가 산다.

턱돌이가 굵직굵직한 퍼포먼스로 사랑받는다면, 호돌이는 깨알 같은 재미로 차별화를 한다. 기아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천 취소 위기를 맞으면 운동장에 나와 기우제를 지낸다. 비를 멈춰달라며 돼지머리 대신 호순이의 탈을 놓고 하늘에 빈다. 안절부절못하던 기아 팬들은 내 마음을 대변한 그 모습에 웃음을 되찾는다. “관중들의 마음을 읽고 대신 표현해주는 게 호돌이 콘셉트예요. 야구 전반에 걸친 퍼포먼스는 윤호 형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차별화로 승부하는 거죠.”

합병해서 턱돌이에게 도전하라고?

그도 길윤호씨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19살 때인 2005년 농구팀 부산 케이티에프(현 케이티) ‘위니’를 시작으로 배구와 농구 마스코트를 5년간 병행했다. 야구는 2009년 롯데 ‘누리’를 거쳐 2010년 호돌이가 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호돌이에 올인하고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광주로 이사까지 했다. “다른 것과 병행해서는 턱돌이를 이길 수 없어요. 호돌이를 최고의 마스코트로 만들고 싶어요.” 기아를 더 알리고 팬들에게 보답하려고 광주 신안동 전남대 정문 앞에 ‘호돌이네’라는 실내포장마차도 냈다.

“윤호 형은 마스코트가 직업이 될 수 있고, 팀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사람”이라며 “마스코트로 사는 우리들의 앞날을 열어줬다”고 한다. 그렇다면 합병이라도 해서 도전하라는 턱돌이의 제안을 거부할 텐가. “합병?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웃음) 다음 시즌을 기대해주세요.”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건 삼성의 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마스코트가 응원단처럼 활동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1995년 8마리로 시작해 현재 4마리가 활동한다. 마스코트별로 이름은 따로 없고 ‘블레오’로 통칭한다. 사돌이(남)와 사순이(여)는 공식 이름이 아닌, 팬들이 부르는 애칭이다. “그 전까진 이름이 없었고, 2006년 팬들을 대상으로 공모해 블레오로 정했어요. 푸른색이라는 블루와 사자의 레오의 합성어죠.” 홍보팀의 이야기다. 블레오의 단장인 사자만 ‘애니비’라고 부른다. 애니비는 삼성 응원단장이기도 하다. “마스코트가 응원단장인 구단은 삼성이 최초이자 유일합니다.” 그만큼 마스코트에 대한 구단의 지원이 적극적이다. 마스코트는 말을 못하니 다른 구단과 달리 사람이 단장 보조를 한다.

떼로 다니니 알아서 잘 논다. 턱돌이가 다음 시즌에 하고 싶다는 콘서트를 사자들은 벌써 했다. “과거 8마리 시절에는 클리닝타임 때 그라운드에서 공연했어요. 대학을 돌면서 게릴라 콘서트도 열었죠. 야구 보러 많이 오라고.” 메이저리그 마스코트들이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어 누리집에 올리듯 사자들도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삼성스타일’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랬던 사자들이 왜 턱돌이에게 밀렸나. “무슨 소리~, 턱돌이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화제를 모으는 것일 뿐, 우리 인기가 절대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웃음)”

미국과 일본은 마스코트들이 콘셉트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마스코트를 연기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 주니치의 도아라는 씩씩함이 콘셉트다. 누가 도아라가 되든 씩씩하게 움직여야 한다.

에스케이는 ‘고정 콘셉트’로 다음 시즌 용솟음치겠다는 각오다. 에스케이는 마스코트 윙고와 윙키를 사고뭉치 동생과 이를 말리는 누나 콘셉트로 잡았다. 일본, 미국처럼 고정 콘셉트가 있어야 연기자에 따라 성격이 변하지 않고 팬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는 구단을 통틀어 창단 이후 마스코트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용돌이 용순이로 시작해 2007년 팬들을 상대로 디자인을 공모해 용 모양인 와우와 사람 모습인 팬토를 마스코트로 정했다. 2009년엔 팬토 대신 여성 마스코트인 윙키를 만들었다. 와우가 귀여운 맛이 떨어져 올해 윙고를 낳았다. 홍보팀은 “자꾸 바뀐다고 팬들의 비난도 받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마스코트가 자리를 잡지 못한 만큼 여러가지 시도를 해봐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마스코트계는 턱돌이와 나머지들로 정리된다”고 말했다. 8일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10년 무명 박준서(롯데)의 깜짝 투런홈런으로 승부가 갈렸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오른 턱돌이의 아성을 무너뜨릴 이변은 누가 낳을까.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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