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BO 프로야구 경기 조작설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15일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로비가 비교적 한산하다. 뉴스원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선후배땐 거절 쉽지 않아
선수들 사이엔 소문 파다
의혹 당사자들 모두 “억울”
선후배땐 거절 쉽지 않아
선수들 사이엔 소문 파다
의혹 당사자들 모두 “억울”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 조작’은 시한폭탄이었다.
한 현직 선수는 15일 전화통화에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했다. 승부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법 베팅과 관련한 소문은 1~2년 새 많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선수는 “언론에 나온 서울지역 구단의 투수 2명 가운데 한 명이 검찰 조사를 받는 브로커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그동안 불법 베팅 관련설이 선수들 사이에도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몇몇 선수를 추가로 언급했다. 모두 실체 없는 ‘소문’이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프로야구 경기 조작의 핵심은 소문처럼 실제로 선수들이 가담했는지 여부다. 넥센의 투수 문아무개씨는 구단 자체 조사 중에 “2010년에 아는 사람이 ‘경기 조작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즉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문 선수 외에도 몇몇 선수가 브로커로부터 ‘검은 유혹’을 받았다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경기 조작을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꼭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학연·지연 관계상 선수들이 불법 경기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은퇴 선수는 사견임을 전제한 뒤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개인적 친분 관계가 두터우면 특정 상황에서 볼을 던지거나 헛스윙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한 불법 베팅은 선취 볼넷 선수나 첫 삼진 선수 맞히기 등 세부적인 항목으로 이뤄진다. 선수들의 인식 자체도 문제다. 팀 승패와 상관이 없다면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가 팀 해체나 리그 중단까지 갈 수 있는 엄청난 사안인지를 잘 모른다.
프로야구는 과거에도 ‘도박’ 파문을 겪었다. 몇년 전만 해도 도박 때문에 사채빚을 낸 선수를 압박하기 위해 경기 당일 야구장까지 조직폭력배들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바다이야기 등 한창 도박게임이 유행할 때 일부 선수들이 새벽까지 오락장을 들락거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8년 말에는 불법 인터넷 도박 파문으로 지방 구단의 선수들이 무더기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소문’으로 열린 판도라의 상자가 그대로 닫힐지 아니면 야구판을 뒤흔들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선수들에게 경기 조작을 포함해 승부조작이나 그에 상응하는 행위를 할 경우 영구제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주지시킬 필요는 있다. 감독 및 코치, 선수들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야구 원로인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수십억도 아니고 몇천, 몇백만원에 흔들려 평생 땀흘려 일궈온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야구위원회는 이날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정아무개라며 한 뉴스 방송사에 허위 사실을 알린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코치까지 가담했으며 조직폭력배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구위 확인 결과 정씨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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