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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엘지야, 신바람을 보여줘

등록 2008-09-30 18:47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얼마 전 프로야구 두산의 스카우트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예전에는 아마추어 선수들 60~70%가 엘지를 선호했는데, 요즘은 두산에 더 많이 오고 싶어해요.” 두산 스카우트의 말이려니 했는데, 지방의 한 구단 스카우트도 같은 말을 합니다. “요즘 아마추어 선수들이 제일 가고 싶어 하는 구단은 두산이예요.” 서울 야구팬을 나눠갖는 두 구단의 현재 처지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엘지 트윈스. 1990년 창단해 수많은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고, 90년대 프로야구 중흥기를 이끌었던 팀입니다. 지금의 롯데 선수들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렸답니다. 선수들은 팬들이 보낸 팬레터를 부대자루에 한가득 담고 집으로 가야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엘지는 어떤가요. 창단 이래 두번째 꼴찌가 확정됐고, 그 후폭풍으로 시즌 중에 단장과 스카우트팀장이 경질됐습니다. 시즌 최고 관중동원 기록(1995년·126만4762명)도 얼마 전 롯데에 의해 깨졌습니다.

엘지는 올해 창단 후 최초로 관중동원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할 것 같더군요. 그동안은 줄곧 1위 아니면 2위였답니다.

성적만 놓고 봐도, 엘지는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3할대 타자가 단 한 명도 없고 팀타율 7위·평균자책 8위를 기록중입니다.

이웃사촌 두산을 볼까요. 두산은 올해 엘지보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하면서, 창단 이후 가장 많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았습니다. 이름값보단 근성과 성실성을 따져가며 선수들을 기용한 김경문 감독과, 안방경기 때면 늘 구장에 남아 나머지 훈련을 하고 가는 많은 선수들의 미래를 향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몇년 사이에 엘지와 두산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거지요.

최다관중을 모았고,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했으며, 그래서 신바람 야구를 보여줬던 최고인기구단 엘지는 이제 없습니다. 성장을 멈춰버린 유망주들, 2년 동안 실망스런 지도력을 보여준 감독, 그리고 점차 팬들에게서 외면받는 구단만이 있을 뿐입니다.


엘지는 시즌이 끝나면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하네요. 김재박 감독도 이미 “내년부터는 야구스타일을 바꿔보겠다”고 했고요.

“왕년에 나(우리)는 ~했지”는 필요없습니다. 선수, 감독, 구단 모두 화려했던 과거를 잊는 게 2009시즌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네요.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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