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꺾고 ‘4강 상큼’…마무리 불안·타선 응집력 부족 고민
위기마다 나온 대타작전이 한국 야구의 연승을 이끌고 있다. 연승의 이면엔 그러나 고질적인 투수교체의 문제점도 있다.
16일 일본전에서 한국은 2-2로 맞선 9회 선두타자 김동주가 일본 네번째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맞히는 안타를 치면서 진루해 기회를 만들었다. 김동주의 발이 워낙 늦기 때문에 이대호가 번트로 안전하게 2루로 보냈지만, 이진영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2사 2루로 힘든 상황이 됐다. 이때 8번 진갑용이 신경전 끝에 볼넷을 골랐고, 이제 앞선 타석에서 삼진 1개를 포함해 3타수 무안타였던 김민재가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를 내보내는 대타작전을 썼다. 2-2 균형을 깨는 김현수의 적시타는 한국 팀 분위기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내야 뜬공이 될 뻔했던 이종욱의 기습번트가 상대 수비를 긴장시키며 적시타로 변했고, 이종욱의 도루는 일본의 실책까지 불러 한국은 석 점 차로 앞서 갈 수 있었다.
지난 13일 미국과 예선 첫 경기 6-7로 뒤진 9회말에도 한국은 선두타자인 7번 진갑용 타순 때부터 정근우-김현수-이택근 3명 연속 대타를 투입하며 안타 1개와 상대 실책,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8-7,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마운드에선 봉중근, 송승준, 류현진, 김광현 등 선발진들이 대체로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지만 중간계투의 교체 타이밍이 적절치 못하고, 마무리가 불안한 것이 문제다. 미국전에서 선발 봉중근이 4회 안타와 볼넷, 다시 안타를 맞을 때까지 놔뒀다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뒤에야 투수교체를 했던 것이 결국 두 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일본전에선, 잘 던지던 김광현이 세번째 안타와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허용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 정도 더 잡게 한 뒤 교체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2사 뒤에 2점 홈런을 내줘 미국전에서도 2사 뒤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타선에선 이승엽의 침묵과 응집력 부재가 고민거리다. 그나마 이대호의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고, 대타와 주전을 오가는 정근우가 미국과 캐나다전에서 활약한 것이 눈에 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한국전 7회 선발 와다가 김동주에게 볼넷을 줬을 때 가와카미로 교체했어야 했다”는 호시노 감독의 발언을 소개하며 투수 교체타이밍에서 패인을 찾았다.
또 “한국은 기백에서 앞섰다”는 패전 투수 이와세의 말을 인용해 한일전의 기싸움도 승부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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