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이승엽이 13일 열린 미국과의 예선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
야구 미국전 정신력 돋보여
한국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첫 경기(13일)에서 가장 경계했던 미국을 넘어섰다. 미국전은 한국이 앞으로 남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 결정적 순간의 발야구= 정근우(SK)는 1점 뒤진 9회말 1사 3루에서 이택근(우리)의 2루땅볼때 홈으로 쇄도했다. 경기중 미국 2루수의 송구능력으로 볼 때 아웃될 수도 있었지만, 정근우의 과감한 홈쇄도에 당황했던지 악송구로 이어졌고, 한국은 동점을 만들었다. 3-3이던 5회말에도 한국은 1사1루에서 이종욱(두산)이 기습번트를 성공시키면서 득점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의 최대 공격무기가 이승엽·최희섭 등의 장타력이었다면, 이번 올림픽 최대 공격무기는 빠른 발을 이용한 발야구다.
■ 정신력은 최고= 최종엔트리 24명 중 군 미필자는 14명. 병역특례혜택만큼 달콤한 당근책은 없다. 9회 동점과 결승점을 만들어낸 정근우나 이택근 모두 군 미필자다.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린 이대호(롯데)도 마찬가지. 특히 9회말 대타로 나와 2루타를 쳐낸 정근우는 결혼 후 아이까지 있는 한집안의 가장이다. 군대라는 현실 앞에서 젊은 선수들은 똘똘 뭉쳐있다. 13일 일본-쿠바전을 현장에서 직접 관전한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은 “(한국 덕아웃과 달리)일본 덕아웃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뭔가 억지로 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팀분위기만 놓고봐도 한국이 충분히 일본전(16일 오후 8시)에서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 마무리 불안은 여전히 숙제= 김경문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더블 마무리로 낙점된 오승환(삼성)이나 한기주(KIA) 모두 불안한 구석이 있다. 오승환은 올시즌 들어 볼끝이 무뎌졌고, 최근에는 공이 높게 제구된다. 한기주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극명히 갈린다. 미국전에서 중간계투로 뛰었던 정대현(SK)을 소방수로 기용하거나, 투수교체 타이밍을 한 템포 빨리 가져가는 게 필요할 듯 보인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현재 한국의 최대 약점은 뒤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수들의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선수들의 보직을 확실히 정해주고, 정대현의 활용방안도 고민해 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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