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주축 왼손 선발투수들인 김광현(20·SK)과 류현진(21·한화)은 전반기 막판에 부진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선발진들의 페이스가 좋았을 때의 모습이 아니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이들의 떨어진 페이스때문에 전문 중간계투 요원인 임태훈(두산)이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가능한 윤석민이 대신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쿠바와 평가전은 이들의 건재를 알리기 충분했다.
코나미컵 주니치전, 올림픽 최종예선 대만전 등 국제무대에서 유독 강했던 김광현은 이날 선발 장원삼(우리)에 이어 등판해,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 안팎의 강속구를 뽐내며 쿠바 타선을 요리했다.
2⅔이닝 동안 탈삼진만 4개. 4회 2사 1·3루의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했다. 김광현은 “쿠바전을 계기로 내 페이스를 찾은 것 같다.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김광현에 이어 등판한 류현진 또한 한살 어린 후배에게 밀리기 싫다는 듯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류현진은 2이닝 동안 단 1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볼넷만 1개 내줬다. 그동안 큰 무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터라 이날의 투구는 희망적이었다. 류현진은 “쿠바와는 한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어 긴장하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다”며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때부터 큰 무대 성적이 별로였는데, 이번에는 마음가짐을 잘해서 잘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광현과 류현진의 경쟁심이 대표팀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야구대표팀의 베이징올림픽 메달 꿈도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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