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D-11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돌연 도입이 결정된 ‘야구 승부치기’(타이 브레이크)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비 실러 국제야구연맹(IBAF) 회장은 지난 26일 “야구가 2016년 올림픽 때 정식종목에 복귀하지 못하면, 베이징대회가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 야구가 방송중계에도 적합한 운동이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승부치기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열흘 남짓 앞둔 가운데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규정 변화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발표 다음날인 27일 주요 일본언론들은,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이 “세계 최강을 가리려는 것이지, 친선경기를 하러 가는 게 아니다. 이상한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며 격노했다고 전했다. 국제야구연맹은 이번 규정 도입과정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 8개팀과 전혀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 우승후보로 꼽히는 일본으로선 이번 결정이 실러 회장 등 미국 출신 집행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천문학적 액수의 방송중계권이 올림픽 개최 장소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2016년 올림픽 때 정규종목 복귀를 노리는 야구로선 ‘적자생존’을 위해 새 규정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연장전으로 이어질 경우 4~5시간 이상 경기가 진행되고, 종료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야구를 올림픽 특성에 맞게 최대한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김경문 한국대표팀 감독도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적은 투수(10명)를 데려가는 한국으로선 일찍 경기를 마감할 수 있는 제도 도입에 대한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야구에서 승부치기는 연장 11회부터 임의로 무사 1, 2루를 만들어놓고 경기를 시작한다. 11회엔 전 타석과 상관없이 누구든 선두타자로 나설 수 있어 점수내기가 더 쉽다. 3번을 첫 타자로 낼 경우 1, 2번 타자가 주자로 나간다. 승부치기는 소프트볼에서는 이미 도입됐고, 일본사회인야구도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