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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선수들과 완주한144경기…버킷 리스트 완성 [나와 너의 야구 이야기 29]

등록 2022-10-11 15:50수정 2022-10-11 19:21

시즌 전 경기 직관(직접 관전)의 꿈을 이룬 김석원씨. 본인 제공
시즌 전 경기 직관(직접 관전)의 꿈을 이룬 김석원씨. 본인 제공

내 기억 속의 야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경북고와 선린상고의 봉황대기 결승전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듬해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나는 엠비시(MBC) 청룡 어린이회원이 됐다. 주말마다 청룡 경기를 〈문화방송〉(MBC)과 에이엠(AM) 라디오를 통해 보고 듣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나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국내에서 열린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여름올림픽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해지던 무렵, 경제 부흥기에 맞춰 1990년 럭키금성그룹이 청룡 구단을 인수, 재창단했다. 공교롭게도 ‘엘지(LG) 트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첫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고 4년 뒤(1994년)에도 정상에 올라서는 기쁨을 맛봤다.

‘우리 팀’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느끼던 시기였다. 주춤했던 프로야구 부흥기를 이끄는 데 엘지 트윈스의 창단과 우승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서울을 연고로 시작된 팀이니 흥행에도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팀이 조금 힘들고 성적이 좋지 않아도, 또 누군가 방출되고 트레이드 되더라도 팀의 ‘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1990년 엘지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습. 엘지 트윈스 제공.
1990년 엘지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습. 엘지 트윈스 제공.

KBO리그, 그리고 엘지 트윈스의 역사와 함께하다가 2020년부터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그 전까지 홈 경기는 자주 갔지만 원정 경기는 어쩌다 한 번 가고는 했다. 그러다가 “내가 응원하는 팀과 항상 동행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홈경기가 아닌 원정경기 스케줄을 파악하고 구단 별로 제각각인 예매 방식에 익숙해지고 숙소 예약까지…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돌발 변수였다. 이 때문에 2020년과 2021년에는 무관중 경기 등의 영향으로 내 결심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144경기 전 경기를 ‘우리 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됐다.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은 물론이고 나머지 원정을 다닐 때도 나는 늘 그라운드와 가장 가까운 자리로 예매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내가 현장에 와 있다는 것, 또 언제나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 시켜서 한 일도, 억지로 한 일도 아니었다. 구단에 그만큼의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이러한 직관(직접 관전) 여정을 소셜 미디어로 다른 엘지 팬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 팔로워 중 몇몇 사람에게 티켓을 무상으로 드리기도 하고, 또 구단의 굿즈 상품이나 선수들의 싸인볼 등도 다른 이들과 나눔 했다. 야구를 진짜 아끼는 마음에 선한 영향을 주고 싶어서 시작된, ‘작은 선물’이랄까. 더 많은 팬을 야구장으로 오게끔 하고, 또 야구를 더 사랑하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팬의 입장에서 원정을 다니는 선수단과 함께하면서, 내가 응원하고 좋아하는 팀의 이모저모를 지켜보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올해는 아니지만 방역수칙이 강화됐을 때는 음식점이 저녁 9시에 모두 문을 닫아 선수들이 야간 경기 뒤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런저런 모습을 보면서 팀에 대한 애정은 더 깊어졌다. 친밀감이 생기면서 선수단을 이해하는 폭 또한 넓어졌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 기쁨은 배가 됐고, 졌을 땐 너그러이 이해하게 됐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야구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행동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TV 중계가 아닌, 현장에서 선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그 선수가 뛰고 달릴 때, 같이 호흡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선수들과 같은 심장박동으로 경기를 느껴보라고 하고 싶다. 이는 TV나 휴대전화로는 안 되는 일이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는 결과만이 조명되지만 야구장에 있으면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전부 보인다. 내 눈으로 직접 보면 결과에 대해 수긍하게 되고 승리 및 패배 요인을 곱씹으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내가 경기 뒤 온라인에 올라오는 기사를 잘 안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 그날의 이슈들은 보더라도 경기 결과를 논하는 기사는 잘 읽지 않는다. 내가 그 결과를 직접 봤는데 또 볼 필요가 있을까.

1994년 엘지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 엘지 트윈스 제공
1994년 엘지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 엘지 트윈스 제공

나도, 엘지도 시즌 완주를 앞두고 있다. 11일 경기도 예매를 마쳤다. 포스트시즌은 ‘덤’으로, 144경기의 레이스로 얻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1위부터 10위까지 결정되는 순위 따라 주어지는 덤의 몫이 조금씩 다를 뿐이고 내가 좋아하는 팀이 144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팬들과 누릴 수 있는 ‘보너스’였으면 좋겠다.

잘 즐기느냐, 못 즐기느냐는 선수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포스트시즌을 오롯이 즐기길 바란다. 포스트시즌은 말 그대로 축제이지 않겠는가. 그래야 내년에도, 내후년과 그 이후에도 그 팀과 선수들을 위해서 응원할 수 있다.

144경기를 완주하는 것이 비단 올해만은 아닐 것이다. 내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설령 올해 엘지가 우승을 해도, 내년에 순위가 처진다고 해도 그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 팀’을 향한 근간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김석원(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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