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서 올라온 구원투수의 심정이다. 그래도 반전시킬 답은 있다.”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취임식을 가진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의 말이다. “빈 스컬리(메이저리그 유명 야구 캐스터)를 꿈꿨지, 버드 셀리그(메이저리그 유명 커미셔너)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야구인 출신 첫 총재로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안팎으로 프로야구가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허구연 신임 총재는 이사회 추천을 받은 뒤 구단주 총회 만장일치 서면 결의로 지난 25일 총재로 임명됐다. 총재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중도 사퇴한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31일까지만 총재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경남고, 고려대를 거쳐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야구인 출신이다. 1985년 10월에는 프로 사상 가장 젊은 나이(만 34살)에 청보 핀토스 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꽤 오랜 기간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고 국내외 야구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
허 총재는 10개 구단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취임식에서 그의 이름이 박힌 공인구를 전달 받은 뒤 “어려운 시기에 총재직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프로야구가 중대한 갈림길에 있어 책임감이 더욱 막중하다”면서 핵심 과제 3가지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선수들에게도 당부했던 ‘팬 퍼스트’였다. 허 총재는 “기존 팬과 MZ세대를 아우를 MZ세대 위원회를 창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팬들의 야구 영상 사용 규제 등을 풀어 “어떤 형태로든 젊은 세대들이 야구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허 총재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안 해서 야구 위기가 현실화됐다. 중계권 계약 TF를 만들어 1년 정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과제는 대외 협력과 인프라 개선을 꼽았다. “힘이 닿는 한 관계 기관과 협력해 2군 전지훈련을 위한 남해안 벨트를 조성하거나 지자체 공모를 통한 야구센터 건립에 힘쓰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허 총재는 대표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 교류전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베이징올림픽(2008년) 이후 자아도취에 빠져 그동안 현실 직시를 하지 못했다. 한국 야구 수준을 선수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일전 같은 경우는 어떤 형식으로든 추진하겠다”고 했다.
허구연 총재는 기자회견 말미에 다시금 “양현종(KIA), 김광현(SSG)이 복귀한 올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하면서 “2025년 대전에 새 야구장이 건립되는데 이럴 경우 1000만 관중 시대도 열 수 있다. 팬 퍼스트 통해 팬들이 야구장을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하고도 내년에 리그에 복귀하는 강정호(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봐야 하고 고려할 사안도 있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 선수에 대한 과거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서도 언급한 그는 “예전에는 규칙집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규약집을 계속 보고 있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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