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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이창호, 초발심으로

등록 2010-02-23 20:48

박정상 9단
박정상 9단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22일 엘지(LG)배 세계대회 결승 제1국에서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쿵제 9단에게 졌다. 결승 3번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중국의 랭킹 1위의 대결, 더 큰 틀로 보면 한국 바둑과 중국 바둑의 자존심 대결에서 기선을 제압당한 것이다.

결승 1국 중반 쿵제 9단의 계산력과 결단력은 대단했다. 인터넷 생중계를 보면서 최철한 9단, 원성진 9단, 윤준상 7단 등과 함께 검토를 했는데, 중반 무렵 우리의 연구로는 이창호 9단이 집으로 앞서가고 있다고 봤다. 쿵제 9단이 상대의 약한 곳을 찔러 승부를 걸어 볼 시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10수 정도 진행된 국면에서 쿵제 9단은 무난하게 집을 지어가는 장기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결과적으로 그 순간부터 쿵제 9단의 우세는 요지부동이 되었다. 우리는 쿵제 9단의 그 정확한 형세 판단과 중반 계산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도 완벽한 중반력이었다. 분명히 쿵제 9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화재 우승 때는 당시 중국 랭킹 1위 구리 9단과 이창호 9단을 꺾고 올라온 추쥔 8단을 완봉으로 제압했다. 중국 국내 시합에서 절대강자로 결정적인 순간 승리를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창호 9단이 엘지배 결승 1국에서 완패한 것은 심리적으로 국제대회 8회 연속 준우승 징크스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세계무대에서 군림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패하며 힘든 좌절을 겪었다. 9번째 결승 무대 상대가 최근 한·중·일의 프로기사 가운데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쿵제 9단이었기에 뭔가 위축되지 않았나 싶다. 이창호 9단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 기사이고, 나의 목표다. 그렇지만 내 나름 20년 동안 바둑의 승패를 다퉈온 승부사로서 감히 조언을 하고 싶다. 결정적인 순간, 과거와 같은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승리를 향한 집념과 열정으로, 심장을 태워가며 승부에 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너무나 많은 것을 이뤄낸 한국의 바둑 영웅 이창호 9단이기에 최근에는 승리에 대한 집념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현재 처한 모든 상황이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그의 승리를 믿는다. 그가 ‘이창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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